▲ 이태원 참사 천부위령대제’가 사태 발생 7일째인 11월 5일 오후 2시, 이태원 해밀톤호텔 뒤편 현장에서 봉행됐다. 이번 위령제는 오는 12월 17일까지 매주 같은 시간에 모두 7차례에 걸쳐 계속된다.     © 환타임스

영령들이 울었다.

산자들도 울었다.

하늘마저 울었음이다.

2022년 11월 5일. 오후 2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천부위령대제’(이하 이태원위령제) 현장.

그랬다.

2시간여 진행된 이 날 이태원위령제는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아니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 무거운 슬픔의 울림이 진동했다.

이태원위령제는 ‘이태원 사태’로 인해 국민 모두가 충격과 비탄에 잠긴 현실을 맞아 세상을 떠난 영령을 위로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준비된 제의(祭儀).

이태원 참사 직후 이태원위령제 위원회를 꾸리고, ‘천부홍익정신문화대연합‘과 ‘천부경 범민족본부’가 마음을 모아 공동 주관, 민족언론 환타임스 등이 후원에 나섰다. 

▲ ‘이태원 참사 천부위령대제’의 시작을 알리는 고두병 천부홍익정신문화대연합회 사무총장.     © 환타임스

▲ 이태원 참사 천부위령대제’의 고천문을 올리는 박종구 천부경 범민족본부 대표.     © 환타임스

천부홍익정신문화대연합은 숭례문 법주로 불리우는 우룡 스님, 천부경 범민족본부는 통일광복민족회의 상임의장 등을 맡고 있는 박종구 대표가 각각 이끌고 있다.

‘천부(天符)’라는 공통 명칭이 시사하듯, 한민족 최고의 경전 ‘천부경(天符經)’에 담긴 민족 성조 환인‧환웅‧단군의 뿌리 가르침이자 우주의 섭리 ‘천지인(天地人,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다)’에 기반한 민족운동결사체들이다.

이태원위령제는 이같은 기조에서 ‘참회, 해원, 상생’을 3대 핵심 방향으로 부여잡았다.

‘참회(懺悔)’는 이 땅의 청춘들로 하여금 황망히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든 ‘살아있는 자들’이 스스로의 잘못을 돌아보는 범국민적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의미다.

‘해원(解冤)’은 참사 영령들의 원통함은 물론, 사태의 본질을 벗어난 정치공방 등이 난무하는 혼돈의 세태가 상징하듯 ‘살아 있는 자들’의 원통함도 푸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전환돼야 한다는 바람을 담는 것이다.

 '상생(相生)’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죽고 죽이고(야만)’ ‘속고 속이고(기만)’ ‘나만 잘났다(오만)’는 식의 ‘상극 3만’의 판을 거둬내고, 한민족 고유의 천지인 사상에 입각한 홍익인간(弘益人間,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다)의 민족혼을 실행하는 방향으로 범국민적 분위기를 전환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 같은 세 가지 큰 방향으로 참사 7일째인 이 날을 기해 봉행된 이태원위령제는 오는 12월 1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이태원 현장인 해밀톤호텔 뒤편에서 모두 7차례에 걸쳐 계속된다.

이와 함께 민족진영 차원을 넘어서 뜻을 같이하는 초종교‧초정파의 개인‧단체들이 모두 하나가 되는 범국민적 차원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 숭례문 법주로 불리우는 우룡 스님(사진 왼쪽)이 상운 법현 스님과 함께 ‘이태원 참사 천부위령대제’의 불교 의례를 집전하고 있다.     © 환타임스

이태원위령제의 전면에 나서 집전하는 우룡 스님은 지난 2008년 2월 10일 국보 1호인 숭례문 화재가 발생하자 현장에서 49재를 실행한 주역이다.

이에 따라 숭례문 법주로 불리우며,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태가 발생하자 진도 팽목항 현지에서 희생자 위령제를 지내는 등 국민, 국가적 불행을 극복하기 위한 행동에 앞장서 왔다.

우룡 스님은 이번 참사를 맞아서 본인 스스로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끝에 또 다시 직접 나서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다.

우룡 스님은 “이번 이태원 참사는 수도 서울의 한복판 길거리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에서 그 누구도 예측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었던 돌발적 불행인 만큼 저는 물론 우리 국민들의 충격과 슬픔이 그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며 “종교를 넘어서, 정파를 넘어서, 모든 차이를 넘어 우리 사회가 하나가 돼 영령들을 위로하고, 살아 있는 우리들의 그릇됨을 치열하게 돌아보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민족가수인 아리랑춘향이가 영령들의 마음을 실어, 극도의 처연한 가락으로 민족 모두의 음악인 아리랑을 토해 내는 것으로 '이태원 참사 천부위령대제'의 서막이 열렸다.  사진 정면 벽에 우룡스님의  천부경 천서가 휘돌고 있다.  © 환타임스

이번 첫 위령제는 우룡 스님이 현장에서 직접 일필휘지로 천부경 81자를 새긴 사경이 휘도는 가운데 민족가수인 아리랑춘향이가 영령들의 마음을 실어, 극도의 처연한 가락으로 민족 모두의 음악인 아리랑을 토해 내는 것으로 서막을 열었다.

이어 △천부경 3회 봉송의 민족의례 △박종구 천부경 범민족본부 대표의 ‘천부위령 고천문’ 낭독 △우룡 스님의 초재 등의 순으로 장엄하게 펼쳐졌다. 

▲ 고마수신보존회의 전영해 명인이 ‘남도 씻김 길닦음’의 전통 의례를 펼치고 있다.     © 환타임스

특히 고마수신보존회(회장 홍종식)의 전영해 명인을 비롯 한순화‧장월랑‧이복자‧김보미‧손은미‧이재양‧박정철‧서정호 회원 등은 위령제 하루 전날에서야 위령제 봉행 소식을 접했으나, 전국 각지에서 서둘러 위령제 현장으로 달려와 ‘남도 씻김 길닦음’의 전통의례로 대미를 장식하는 정성을 모았다.

▲ 고마수신보존회 회원들과 일반 시민들이 함께 ‘남도 씻김 길닦음’의 의례에 참여하고 있다.     © 환타임스

▲ ‘남도 씻김 길닦음’의 의례에 나선 고마수신보존회 회원이 슬픔을 가누지 못해 눈물 짓는 모습.     © 환타임스

50미터에 이르는 하얀 천을 몸으로 가르며 영령들의 명복과 영생의 길을 여는 '길닦음'의 그 마지막 순간, 천 자락을 함께 부여쥔 일반 시민들의 마음속에 '우리는 하나'라는 '천지인'의 깨우침이 파도치는 모습이었다.

영령들이 웃어주었다.

산자들은 그래도 울었다.

하늘마저 계속 울었음이다. [김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