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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느 정도의 지식과 지성을!
현정수의 수행소설 '파라가테'<26>
오래토록 나를 응시하고 있던 그는 나를 그러안았다... 또 정신을 잃으면
 
현정수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그 문제를 읽어내는 마음이요. 그리고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문제를 서슴없이 제기하는 행동인 거라오.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것은 그 또한 선생의 지나가는 한 때인 것이라서 상관이 없다는 것이오만 중요한 점은 선생 같은 공인의 입장에 있는 분들로선 반드시 세상 사람이 뒤에 서있다는 걸 항상 애정 어린 눈으로 감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요. 그래서 몹시 조심스러워야 하오. 펜이나 혀는 무기에 가깝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 칼날에 치이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요.

갑자기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긴장이 지나갔다. 석교수의 눈길이 내게 닿았다. 측은함을 느낀다는 연민에 찬 눈길이었다. 그것은 다소간이라도 깨져버린 명예에 대해 동조하고 싶은 동지애처럼 전해져 왔다. 나는 일어나 겸허하게 신부에게 허리 숙여 절을 했다. 다시 또 물을 끼얹은 듯한 분위기가 지나갔다. 다른 이견을 가진 사람도 그 중에는 있었겠으나 신부의 말은 선사의 일갈과도 같았다. 수행자의 면모는 부드러웠고 겸허했으나 근엄했다. ()의 한 마디라고나 할까. 나는 신부님을 향해서 겸손하게 말을 했다.

... 그렇지 않아도 반성하고 있었어요... 제 경솔했던 소치에 대해서. 그것은 타 신문에 반대 의견이 실린 것하고는 상관없이 깨달은 점인데 다시 지상(紙上)에 사과의 글을 올리려 해도 다른 평신도와 무속인들의 공박이 잇달을 것이라서 시기를 보고 있어요. 조용히 매를 맞고 나중에 수습하겠습니다.

석교수가 나섰다.

금파 선생, 뭐 그렇게까지 하실 것이야 있겠어요? 사실 논리적으로 틀린 말씀을 하신 것은 아니지 않나요? 마치 그 신학대 한 교수의 말에 무릎을 꿇은 것 같은 인상을 주지나 않을까 해서요... 안 그렇습니까 신부님?

꿇고 꿇지 않고가 어디 있겠소? 무질서를 잡아온 것은 참된 소망이었지 규율은 아니었소.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사랑이었어. 성장을 도모하는 것 또한 사랑이지. 만일 금파 선생에게 보다 더한 사랑이 있었다면 길을 잘못 가는 신앙인이 있다고 해도 비판하기보다는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앞섰을 거요. 기도의 위대함이 거기에 있는 거요.

성녀 소화 데레사는 젊은 나이에 하느님의 품으로 드시기까지 평생 오로지 기도만을 했다오. 그 허약한 몸으로는 어떠한 다른 일도 할 수가 없으셨다지. 15세 어린 나이로 깔멜 수도원에 입회하신 데레사 성녀는 평생 병을 앓다시피 했는데, 폐까지 앓던 성녀는 겸허한 작은 희생들 속에서 언니 아녜스 원장의 고백록을 쓰라는 명에 따라 오로지 글을 쓰고 오로지 기도만 하시다가 24세의 어린 나이로 기도 중에 선종(善終)하셨어. 무릎을 꿇은 채 말이야.

그 기도의 힘이 세계에 미친 힘은 실로 막대하다오. 인도의 마더 데레사께서도 수도자들이 피곤을 하소연했을 때 하신 일은 아침에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서 기도시간을 늘리신 일 뿐이오. 실로 우리를 구원하는 힘은 기도에 있어요. 구원이란 신께서 내려주고 안 내려주고를 따질 문제 밖에 있어요. 진실한 기도가 자신을 구원하게 했다면 그것은 신께서 감복하여 구원을 내려주셨건 기도의 힘이 막강하여 자신이 자신을 구원했건, 이 또한 성직자로선 매우 위험하고 진보적인 생각이 되겠지만, 그건 문제꺼리가 안돼요.

진실한 기도는 자신을 수렁에서 건진다오. 더 나아가 수많은 사람들마저도 함께 건질 수가 있는 거지.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의 힘을 규합하는 힘도 진실한 기도의 위력이에요. 소화 데레사 성녀께서는 주님께로부터 눈을 돌리는 일을 3분 이상을 하시지 않으셨다는 게야. 그건 강력한 사랑이지. 열절한 사랑이야. 누구라도 그 어떤 누구에게라도 그 정도의 신심과 애정이 있기만 하다면 반드시 그 사람은 그 자신과 남을 구원할 것이요.

논리를 좋아하는 듯해 보이는 교수는 좀 어이가 없다는 기색이었지만 그 정도에서 침묵했다.

그런데 신부님, 우리 금파 선생에게 그 목사님을 지지하는 신도들의 어떤 운동이라도 일어날까봐 저는 좀 걱정이 돼요. 이를테면...

고모님이 적이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를테면이라뇨?

석교수가 호기심에 찬 눈으로 말을 받았다.

아무 일도 없을 거요. 예를 들자면 무슨 서적불매운동이라든가 뭐 그런 거 말이오? 하하하, 나도 그 기사를 읽어보았는데 선동적인 느낌이 오는 것은 사실이었어도 그렇게 되면 금파 선생 책만 오히려 더 잘 팔려나갈 게요. 대체 금파가 누구냐 하고 너나없이 금파선생 책을 한 권씩 사보게 될 테지. 염려 말아요. 개신교에도 훌륭한 성직자들이 많이 있어요. 그건 어느 교계나 마찬가지지. 개신교 일개 성직자가 목소리를 높인다는 건 개신교 전부의 얼굴이 될 수 있어요. 스스로 불을 끌 테니 안심해요. 내가 아까 말했던, 세상은 스스로 조절과 정화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요. 그게 바로 신의 은총 중 하나지.

나는 신부의 경건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저것이다.’ ‘저기까지 가야 한다.’ 그런 느낌이었다.

이어 클라라 장의 첼로 몇 곡과 고모님의 피아노 연주 두 개를 끝으로 신부의 식사 후 기도와 함께 만찬은 파했다.

 

손님들을 모셔다드리고 오면 그 차를 타고 댁으로 돌아가요, 금파 선생. 아니면 여기서 하룻밤 주무시고 갈래? 그래애. 여기 객실이 따로 있으니까 불편치 않게 하루 보낼 수 있어요, 여러 날도 물론이지만... 여기 며칠 머무시면서 전시회 준비도 좀 하고 그러시면 안 되나? 실상 준비라야 뭐가 있겠어? 화랑만 우리가 정하면 그 다음에는 모두 거기서 알아서 해줄 것 아닌가? 작품 표구는 표구상한테 맡기면 될 테구 또 아까 그 양반들이 도움을 주실 거구 말이야. ? 나하고 하루 같이 있자아.

실상 고모님은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것보다는 조카에 대한 거취를 결단 내려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듯해 보였고 그 문제를 나하고 상의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에겐 여기보다는 산간이 더 나아보이긴 하는 거였지만 실상 그것은 오로지 그의 뜻에 의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어떤 결정을 내린다 해도 사실은 소용이 없을 것이었다.

실은 제가 서울 집을 비워놓고 산으로 내려가고 나서는 석 달이 되도록 한번도 집을 돌아보질 않았어요. 물론 올케가 오면가면 들러서 화초도 매만지고 청소도 하고 통풍도 시키고는 한다지만 그래도 집을 한번 들러봐야겠어요. 그리고 내일 늦지 않게 다시 산으로 내려가 봐야 해요. 덕구를 거기 혼자 있게 하고 왔거든요. 오늘 하룻밤쯤이야 혼자 있어도 될 것 같고... 사실 오늘 여기 오면서 덕구를 데려올까도 생각해봤었는데 그것도 번잡한 일이고... 그래서 혼자만 왔어요. 필요하실 때 다시 한번 불러주세요. 대신 그땐 서울에 머물면서 제가 힘이 닿는 데까지 함께 움직여드릴게요. 그러나 별 도움은 못될 것 같아요. 이미 말씀드렸지만 원래 아는 게 없어서요...

아이... 아는 게 없다니 무슨 말이야. 아는 게 없어서야 어찌 글을 쓰누. 공연히 그러시지 말고 나하고 하룻밤 같이 자면 참 좋을 텐데... 그리고 내일 내려가서 덕구도 데려다가 여기에 두고 서울 집을 돌아보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하자아. 그리고 일전엔 경황이 없어서 내가 선생을 몰라본 게 정말 미안해요. 어쩜 이리도 고요하고 아리땁기도 한지... 나는 그냥 금파한테 매혹돼 버렸어.

웬 걸요. 저는 오히려 고모님한테... 아까 피아노 연주하실 때는 정말... 언제 그렇게 실력을 키우신 건지...

아아... 그건 뭐... 근데 피아노는 나보다도 동생이 더 잘 쳐. 몰랐지요? 성허도 중학교 때까진 피아노를 했지.

... 성허... 피아노를...

저 앤 천분이 있다는 소리까지 들었었는데... 이상하게 혼자 있기를 좋아하더니... 언젠가부터 피아노도 그 버리고 그 애 아버지가 서예도 좀 가르쳐서 글씨도 꽤 잘 쓰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썼으니까. 한데 쟤는 언젠가부터 모든 걸 버렸어. 정말 깨끗이 모든 것에서 손을 떼더라구. 그리고 오로지 혼자서만 어떤 상태에 잠겨있는 거야. 정말 나는 알 수 없는 세계야.

신부님을 만나게 하신다더니요...

, 그게 내가 더 좀 생각해봤는데 그냥 그만둬 버렸어. 공연히 신부님께 부담을 드리는 것 같기도 하구 또... 공연히 안 가져도 될 어떤 인상만 가지시게끔 만드는 것도 같구 해서 말이야. 하여간 안 자고 갈 거야?

. 정말 죄송해요 고모님, 이번엔 이렇게 그만 가볼게요.

아이 참... 정 그렇다면 그렇게 해요 뭐 할 수 없지. 그럼 기사가 도착할 때까지 조카한테 올라가 볼 테야? 쟤는 도무지 인간의 밥도 안 먹고 무슨 초근목핀지 즈이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환약이나 씹으면서 야채 정도만 입에 대고 사니 원... 그게 뭐 갖은 곡물과 약재로 만들어졌나본데 약재라고 해도 그게 여지없이 초근목피지 뭐.

고모는 내게 다시 그와의 시간을 할애해 주었다. 그의 방으로 들어간 나는 그의 앞에 다시서서 아무 할 말을 찾질 못했다. 우리가 식사를 하는 사이 그는 내가 그려온 목탄화를 서서 볼 수 있는 딱 좋은 위치에 적당하게 걸어놓았다. 그 방에는 그의 아버지가 친히 써놓았던 작품 한 점이 걸려있었다.

 

空山不見人 但聞人語響 返景入深林 復照靑苔上

(공산불견인 단문인어향 반경입심림 복조청태상)

빈 산에 사람 없고 들리느니 말소리뿐

지는 햇살 숲 깊이 들어와 푸른 이끼 위에 비치고 있네.

 

왕유의 녹시(鹿柴)라는 길이 남을 유명한 선시였다. 그의 아버지도 산 중에서 저 은일자적의 도도한 헤아림이 있었단 말일까. 사람이 없는데 들리느니 말소리뿐이라는 기막힌 문장은 필시 성허 그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말았을 터였다. 그것이 작가와 공명하는 그의 체험이었을 테니까. 도대체 그는 그 나이에 어느 정도의 지식과 지성을 갖춘 것인지 헤아리기가 난감하였다.

금파

오래토록 나를 응시하고 있던 그는 나를 그러안았다. 아뜩해지는 정신을 나는 애써 추스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다시 또 정신을 잃으면 안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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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16 [11:06]  최종편집: ⓒ 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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