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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이미지
'제 2회 천부경의 날'학술대회 발표 논문 '소리철학으로 본 천부경'<6>
박정진 철학인류학자 - '소리철학 포노로지를 제안하며'/소리의 시대로
 
박정진
2) 소리와 이미지

말에는 소리의 욕구와 이미지의 욕구가 동시에 들어 있다. 그런 점에서 말은 소리이며 동시에 이미지다. 그래서 소리글자와 뜻글자가 있다. 소리글자라도 글자에는 이미지가 있다. 뜻글자라도 글자에는 소리가 있다. 어느 쪽의 글자를 사용하더라도 나름대로 소리와 뜻을 다 가지고 있다. 흔히 소리글자는 뜻을 표현하는 데에 불리하고 뜻글자는 소리를 표현하는 데에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소리글자인 로마자는 훌륭하게 뜻을 표현한다.

뜻글자인 한자도 소리를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한자의 사성은 그 좋은 예이다. 같은 발음의 글자를 음의 고저와 장단을 통해 다른 발음의 글자로 만듦으로서 소리만 듣고 다른 뜻을 알게 한다. 반드시 시각적으로 이미지를 보지 않아도 알게 한다. 말의 시작은 소리이다. 소리가 먼저고 문자는 그 다음이다. 소리가 없는 말을 생각할 수 없다. 문자가 없는 말은 생각할 수 있어도--.

소리와 뜻을 동시에 생각할 때 영어는 양자의 장점을 지구상 어떤 언어보다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언어이다. 한글은 뜻을 표현하는 데는 불리하다.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는 그 뜻의 표현에 있어서 한자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글만 써 놓으면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렇다고 한자처럼 사성을 쓸 수도 없다. 왜냐하면 같은 글자는 같은 이미지이니까. 결론적으로 문화를 위해서는 한자를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글의 단어를 넓혀갈 수는 있지만 한자말을 커버할 수는 없다.

어쩌면 우리의 한글과 일본의 가나는 한자문화권의 공통적 기반 위에서 소리글자로의 변신을 한, 한자가 낳은 불완전한 소리글자라고 할 수 있다. 이때의 불완전함이란 글자 자체의 불완전함이 아니라 문명적 전승으로 볼 때의 불완전함이다. 그래서 잘못 하면 토씨만 한글로 쓰고 뜻은 한자말로 쓰는 글자로 조롱받을 수 있다. 한글의 시작인 훈민정음이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고 한 것은 처음에 한글이 바른 소리를 표현하기 위한 글자였음을 말한다.

훈민정음은 오늘날 발전을 거듭하여 한글로 정착하였다. 한글창제의 또 다른 의미는 한자말과 다른, 소리글자로 있었던 우리의 고대문화체계를 복원하고 기록하게 한 장점이 있다. 그래서 순수 우리말에 연구를 거듭하면 중국과는 다른 우리의 고대문화체계를 복원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이는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그 발음을 제대로 하기 위해 창제한’ 훈민정음이 역으로 ‘중국과 다른 우리의 고대문화를 복원하는’ 뜻밖의 선물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이것은 문명적으로 큰 행운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자공부를 게을리 한다면, 한자말을 통해 표현하던 뜻의 세계를 영어로 대체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잘못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필요에 따라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영어로 한자말을 대체할 수는 없다.

한글은 한자문화권에서 소리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리에 있어서는 가장 완벽을 기할 수 있는 과학적인 표음문자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극에서 극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글자이다. 로마자 문명권은 일찍이 상형문자에서 알파벳을 만들어 표음문자를 이룩하였고, 한글은 한자문명권에서 뒤늦게 표음문자의 발명에 성공한 셈이다.

모든 글자는 기록을 위하여 존재하지만 일상적으로는 어떤 글자라고 발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달게 결국 소리로 향하고 있는 셈이다. 소리야말로 문자의 혼이다. 음성언어가 문자언어보다 먼저인 것은 문화 이전에 자연의 본능이다. 한자문화권에서 표음문자는 한글과 가나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한글이 가나보다는 과학적이고 진화된 문자체계이다. 한자문화권에서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수천 년 동안 닦아온 문화적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하면 문명적으로 확대재생산을 할 수 없고 퇴보될 수밖에 없다.

이는 로마자문명권이 필요할 때 어원을 찾는 것과는 다르다. 예컨대 영어는 영어만으로 소리와 뜻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한글은 한자말을 빌리지 않으면 뜻을 표현하기 어렵고, 의미를 잃어버리기 쉽다. 다행히 한자와 한글은 단음절 체계이기 때문에 글자의 수와 음절의 수가 일치하여 같은 분량의 공간에 병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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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9/23 [09:58]  최종편집: ⓒ 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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