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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학자, '생명시인'의 길로 나서다!
광운대 환경대학원 김임순 교수 계간 '시와 시학'으로 시인 공식 등단
"생명과 환경에 대한 통찰과 깨달음을 시로 승화하는 일, 소명으로 삼겠다"
 
김인배
▲ 환경학자로서 '생명시인'의 길로 나선 김임순 광운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4월 30일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계간 '시와 시학' 신춘문예 시상식에     ©환타임스

'억새그늘속에 숨은 야고 꽃을 보았네
땅속에 뿌리내려
제 스스로 먹이 만들 수 있는 식물이건만

스스로 광합성하지 못하고
억새뿌리에 기생하는 야고는 이 가을
억새보다 환하고 예쁜꽃을 피웠네

뿌리에 기생하는 더 화려한 보랏빛 야고를
가슴속깊이 품어 키우는 억새는
그 사랑을 품어 안고 가을바람 바다에 물결치네'(중략 '억새풀 속 야고 꽃을 위하여'중에서)

여성환경학자가 '환경'을 화두로 '생명시인'의 길로 본격 나섰다.

주인공은 김임순 광운대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학자인 김 교수는 그동안 환경에 초점을 맞춰 시(詩)의 세계를 탐미한 끝에 권위있는 시 전문 계간지 '시와 시학'의 올해 신춘문예에 당선, 시인으로 공식 등단했다.

이와함께 김 교수의 '억새풀 속 야고 꽃을 위하여' 등 다섯 작품이 '시와 시학' 101호에 실려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환경'은 '생명'과 직결된 의미와 가치를 지닌 영역.

이에따라 김 교수의 시 세계는 인간은 물론 지구의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 현상과 그윽하게, 때로는 뜨겁게 호흡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시 등단의 대표작인 '억새풀 속 야고 꽃을 위하여'를 위시 '엔트로피(Entropy)를 위하여' '고라니의 생존권' 등 시의 제목에서부터 생명에 대한 그의 애정어린 영혼이 한껏 묻어 나온다.

4월 30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시와 시학' 신춘문예 시상식에서도 이같은 그의 '생명사랑'이 생생하게 확인됐다.

이 날 당선 소감을 '어미 닭과 병아리가 동시에 알을 쫌'으로서 새 생명이 태어나는 이치를 담은 사자성어 '줄탁동시(啐啄同時)'로 수 놓은 것.

김 교수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안에서 쪼아대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알을 깨뜨리는 것을 '탁'이라 배웠다"며 "시의 세계로 나오려는 순간 날카로운 부리로 깨우침을 주신 김재홍 교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고시절, 빨리 점심 먹고 학교 뒷산에 올라 시을 외우던 시절이 기억난다"면서 "단편소설을 써서 국어시간에 발표했던 일도 하나의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고 문학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이제 환경인으로, 생명과 환경에 대한 통찰과 깨달음을 시로 승화하는 일을 또 하나의 소명으로 삼겠다"는 말로 환경시인 내지 생명시인으로서의 결기를 다지기도 했다.

'시와 시학'의 창간인인 김재홍 문학평론가로부터 "김 교수는 대학교수하면 됐지, 무엇 때문에 시인이 되려하는지 모르겠다"는 핀잔 아닌 핀잔의 축하메시지를 듣기도 한 김 교수는 사실 대학교수라는 사회적 위상과 별개로 다방면에서 이 시대에 보기드문 '액티브 우먼'.

특히 10년전인 지난 2006년 여고 동창생의 부탁을 받고, 동창생의 아들 결혼실 주례를 선 것을 시작으로 학교 제자의 주례도 흔쾌히 서주는 등 우리 사회에선 아직 생소한 '여성 주례'의 새 지평을 연 일종의 '아이콘'이다.

또한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도래한 정보화시대에 주목, 타 대학 컴퓨터 학사학위를 추가로 딴데 이어 보건학 석사 그리고 전문박사와 박사 학위까지 받고, 그 과정에 노인복지사, 한국어 강사 자격증 등 시대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각종 자격증을 거의 전방위적으로 취득하는 등 가정주부가 된 이후에도 끝없이 ´도전과 성취´의 길을 걸어왔다.

이로인해 그를 아는 지인들 사이에서 '닮고 싶은 대상'으로 회자되고 있고, 여고 동창생이 아들 주례를 굳이 김 교수에게 요청한 것도, 김 교수가 그 요청을 받아 들인 것도, 그리고 이번에 시인으로 등단한 것 등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김인배 기자]

[김임순 시인 약력]

서울 출생, 1954년생, 한양대학교 보건학 박사, 연세대학교 보건학 석사.

현 광운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이사, 대한환경위해성보건과학회 부회장, 보건복지부 민원제도개선협의회 위원, 서울시 건설기술심의위원회 위원, 경기도청 산업단지공급계획평가위원, 종로구청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강남구청 강남의제21추진협의회 위원.

전 아·태환경경영연구원 이사, 우성미용예술전문학교 학장,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자문위원회 위원.

              [김임순 시인, 계간 '시와 시학' 101호 신춘문예 당선 작품]

<억새풀 속 야고 꽃을 위하여>

억새그늘속에 숨은 야고 꽃을 보았네
땅속에 뿌리내려
제 스스로 먹이 만들 수 있는 식물이건만

스스로 광합성하지 못하고
억새뿌리에 기생하는 야고는 이 가을
억새보다 환하고 예쁜꽃을 피웠네

뿌리에 기생하는 더 화려한 보랏빛 야고를
가슴속깊이 품어 키우는 억새는
그 사랑을 품어 안고 가을바람 바다에 물결치네

아기를 품어 키우는
그것은 갈대의 어미사랑 그 마음일까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화려하게 피었다 지는 야고꽃 사랑일까

<텔레포니쿠스 참회록>
1.
카페 한 모퉁이 찻잔을 마주한 연인이 각자 휴대폰을 보고 있다 ‘영화보러갈까’ 문자하면 ‘그래‘ 하고 회신 온다

일명 삐삐를 허리에 찰 때만해도
이건 ‘족쇄여’ 하며 혀를 끌끌 차던 애비도
이젠 아예 휴대폰을 목에 걸고 위풍당당

길고 긴 편지를 쓰고 또 지우던 그리고서야 침 묻혀 우표를 붙이고 붉은 우체통에 넣고 돌아보고 또 돌아보던 지난날 단장의 미아리고개 우리는 그때 불행했는가

2.
보내는 메일이 실시간에 전달되고 사진 영상도 초스피드로 보내고 서로 얼굴을 맞대고 화상통화를 하는 이 시대 우리는 얼마나 더 행복한가

키득키득 웃으며 걸어가는 아저씨의
이어폰을 못 보았으면 미친 사람인 줄 알았을 게다

이제는 사람들의 반항조차 멈춰버린 지금
저항해도 꿈쩍도 않을 도도한 흐름에 지레 항복한건지도 모른다

그 속도처럼 사랑도 세월도 빠르게 지나가고
슬픔도 삶도 꿈도 화살촉처럼 날카롭다

수상하다
무엇이 우리 오랜 눈 맞춤 귀 맞춤을 외면하게 하는가

* 텔레포니쿠스; 휴대폰 없이는 못사는 사람들, 신조어

<엔트로피(Entropy)를 위하여>
1.
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연탄이 타버리면 재가 되듯이
우주의 모든 것은 질서로부터 무질서로 몸을 바꾼다

정성들여 지은 집도 세월이 지나면 허물어지고
숨 멎을 사랑도 시간이 흐르면 식어간다
새롭게 혼 불을 피워 올려도 언젠가는 꺼지고 만다

2.
엔트로피는 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화살촉
닫힌 세계가 아니고 열린 곳이라면 희망은 살아있다네
집을 계속 수선하고 관리하면 새 모습을 오래 간직하듯이
주름진얼굴 늙어가는것도 속도를 늦출 수 있다네

엔트로피를 역류하는 것은 오로지 생명현상뿐
그래서 생명이 대단하고 사랑이 고귀한 것
살아있는것만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고라니의 생존권>

1. 고라니,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먹이사슬 따라 고라니가 살기에 넉넉한 고향숲 어느 날 사람들은 길 낸다고 터널을 뚫고 다리를 놓는다 아기 고라니는 새로 놓인 길 가운데서 죽어가는 친구들을 본다 로드킬 길 건너에 서식지가 있고 이쪽에 먹이가 있으니

새로 놓인 도로를 가로 건널 수밖에 겨우 연명하던 어느 날 산업단지 들어선다고 불도저가 밀고 들어와 땅을 파 헤친다 고라니,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2. 나 초보 농사꾼, 어떻게 해야 하나

부모에게 물려받은 변변한 땅도 없어 경사진 곳 일구어 계단식 경작지 만들었네. 콩도 심고 옥수수, 고구마도 심으며 땀 흘려 지은 첫농사 대견스러워 잡초 뽑으며 보살핀다

오늘은 햇고구마 캐는 날 밤새 선잠을 자고 나간 이른 새벽 콩밭은 싹을 또옥 똑 떼어먹어버렸고 고구마 밭은 흙뒤집어 멧돼지가족들이 가을잔치를 벌였다

3. 울 엄마, 태양초 어디서 구해야 하나

태양초를 유난히 좋아하는 어머니 위해 고랑가득 청양고추 심었더니 채 익기도 전에 풋고추 따가는 낯선 사람들 곱게 자라던 가지도 벌레 먹어 시들시들 하더니 용케도 잘 자라던 가지 몇 개 성체가 되기도 전에 사람들이 따 버렸다 열무는 벌레들이 먹어 치우더니

다시 가을 배추씨나 뿌려야겠다 마지막 잔치는 누구와 더불어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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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5/02 [17:02]  최종편집: ⓒ 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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