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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1주년, 이 나라가 부끄럽고 역사앞에 부끄럽다"
'정체성시민모임', 역사학자 이덕일 유죄판결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
"일제 강점기때도 없었을... 검찰공화국" "일본 극우파가 좋아할 판결" 성토
 
김인배
▲ '학문의 자유와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는 시민모임'은 23일 '역사학자 이덕일 유죄판결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반민족세력'에 대한 응전에 나섰다.    ©환타임스

"1600년대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종교재판에 회부된지 400년이 지났는데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재현되고 있다. 이게 우리 민주공화국의 현주소다. 광복 71주년, 이 나라가 부끄럽고 이 역사앞에 부끄럽다"
 
일제 강점기 민족지도자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우당장학회 이사장이 23일 피끓는 심정으로 토해 낸 '21세기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민족역사학자인 이덕일(55)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김현구(72) 고려대 명예교수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자 이에 분노한 원로학자들과 시민들이 정체성시민모임을 결성, 공개 대응에 나선 첫 전장(戰場).

한 학자의 역사관을 가지고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유신 때는 물론 일제강점기 때도 없었던 '사태'로, 그만큼 이에 대한 응전(應戰)의 결기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 교수를 '식민사학자'라고 주장해 기소된 이 소장은 지난 5일 서울지방법원(나상훈 판사)의 1심 재판에서 '이 소장이 명백한 허위사실을 근거로 학문의 자유범위를 넘어 김 교수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단에 따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 소장은 이날 곧바로 항소했고, 1주일 뒤 검찰도 "양형이 기대에 못미친다"며 항소해 이 재판은 항소심과 대법원 최종심을 남겨 두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9월 이 소장은 저서 <우리 안의 식민사관>에서 김 교수의 저서 <임나일본부는 허구인가>를 식민사학으로 규정해 김 교수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소장에 대한 유죄가 선고된 직후 '학문의 자유와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는 학계원로모임'이 결성됐고, 이들을 포함해 각계 인사와 시민이 확대 동참한  '학문의 자유와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는 시민모임'이 꾸려져 기자회견을  가진 것.
 
정체성시민모임은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발표,  △대한민국은 학문과 비평의 자유가 있는 나라인가? △학문의 장에서 다룰 문제를 왜 법정에서 단죄하나?라는 양대 문제를 제기했다.
 
성명서는 "역사학자를 인질처럼 피고인의 신분으로 묶어놓고 윽박지르는 상황에서 학문의 본질인 자유로운 논쟁은 존재할 수 없다"며 "어떤 문명국가도 이런 문제를 법정에서 판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특히 이 소장 유죄 선고에 대해 "명백히 잘못된 판결"이라고 못박고 "김현규 교수는 식민사학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나 그의 저서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를 보면 식민사학이 맞다"고 정의했다. 

성명서는 "이번 유죄판결이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재판부가 우리의 상고사를 왜곡한 임나일본부가 역사학의 정설임을 확인해준 판결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사들은 일제히 이에 촛점을 맞춰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발언에 나선 이종찬 이사장은 "우리는 이덕일 소장 개인을 위해 모인게 아니다. 학문의 자유와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는 시민의 이름으로 모였다. 이 나라가 검찰공화국이 돼 가고 있다. 어떻게 역사의 옳고 그름을 검찰이 재단할 수 있나. 유신 때도 이런 일은 없었고, 아마 일제 강점기 때도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정신 교수는 후배 김병기 박사가 대독한 성명을 통해 "학자가 고소를 한 것도 학문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꼬집고 "사법부가 나서서 징역형을 선고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하지 못한다. 우리 교육이, 우리 학문이 어떤 길로 가는지 참담하기 짝이 없어서 이 원로학자들이 서명했다. 그 점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덕일 유죄판결에 대한 역사학적 반론'을 발표한 황순종 고대사연구가는 김 교수의 책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가 왜 식민사학인지를 밝혔다.
 
그는 "김현구가 일본서기를 사실로 믿고, 스에마쓰 야스카즈의 임나일본부설을 비판하지 않았다. 책 제목 자체가 이미 임나일본부설이 사실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백제는 야마토 조정의 속국, 식민지이고 야마토 조정이 백제를 통해 한반도 남부를 통치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김현구가 법정에서 위증했다. 그는 책에서 백제가 왜의 신하국에 불과하다고 봤다. 책의 135쪽에는 '야마토 정권은 임나에 대한 의사를 전부 백제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고 말한다. 187쪽에서는 '백제의 전지대왕, 동성대왕, 무령대왕을 왜에서 정책적으로 왜 왕실의 여인들과 혼인시켜 백제에 보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이는 삼국사기에 없는 것은 물론 스에마쓰와 같은 식민사학자도 주장하지 않은 내용이다. 또 186~187쪽에는 백제가 왕녀나 왕족을 보내 천황을 섬기는 관행이 있었음을 강조한다. 이런 기록 역시 일본서기에만 나오는데, 김현구 교수는 이 관행을 강조하기 위해 그 숫자를 배로 늘려 사료조차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명한 역사학자 E.H. 카의 명언을 되새길 필요를 절실히 느낀다. 그는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어떤 면에서 표면이 아니라 이면을 읽고 해석하는 학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또 '역사가의 주요한 임무는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덕일이 한 일은 김현구가 겉으로 명확하게 말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이면을 읽고 해석하고 나아가 평가를 겸한 부분은 역사가로서 당연한 바람직한 행위를 한 것이다. 그것이 어찌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며 죄가 된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이제 국민들이 각성해야 한다. 검찰과 법원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었다는 대한민국 헌법마저도 무시하면서 애국적 역사학자를 감옥에 처넣겠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상급심에서도 이런 판단을 유지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식민사관을 비판하면 감옥에 가야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누가 이들에게 이런 권력을 주었는가? 역사의 정의가 승리하리라는 한 가닥의 믿음으로 글을 마친다.(주위에서 필자도 감옥갈 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소리가 많다)"고 밝혔다.

'역사학자 이덕일 유죄판결에 대한 우려와 제안'을 발표한 허성관 전 광주과기원 총장(전 해양수산부·행정자치부 장관)은 "김현규 교수가 법정에서 자신이 식민사학자임을 자인하는 발언을 했다"며 "신문과정에서 전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일고대교류사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공방 중에 김 교수가 자신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모른다고 말했다. 방청석에서 실소가 터지자 판사가 웃지 말라고 호통을 쳤다. 그런데 학자라면 누구나 그 발언의 문제성을 안다. 한일고대교류사를 연구하려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기본 자료다. 이 발언 자체가 스스로 식민사학자임을 법정에서 공개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힐난했다.

그는 "이 소장의 명예훼손 혐의가 유죄이기 때문에 임나일본부설을 학자가 더 이상 비판하기 힘들어졌다. 앞으로 누가 국수주의 역사학자의 학설을 반박할 것인가. 아무도 반박하지 않으면, 그게 정설이 된다.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김현구 교수의 학설이 맞다고 선언해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일본 극우파가 좋아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 소장 담당 변호를 맡고 있는 윤홍배 변호사는 이번 기소와 재판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 교수가 이 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을 때 서울 서부지검 이지윤 검사는 "학문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보장"과 "이 소장이 자신의 분석 견해 및 재해석 결과를 표명한 것"이라는 정당성을 바탕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나 김 교수와 함께 동북아역사재단에 근무했던 서울고검의 임무영 검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뒤집고 이례적으로 직접 기소했으며, 판결에 이른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것.

윤 변호사는 "형사소송에서 중요한 두 가지 원칙이 공판중심주의와 증거재판주의인데 두 원칙이 훼손됐다"며 "검찰이 선고 하루 전날 제출해 변호인이 그날 오후 4시에야 비로소 받은 자료가 이튿날 아침 10시에 완성된 판결문에 반영됐다. 피고인의 방어권이 철저히 무시된 재판이었다"고 비판했다. 

윤 변호사에 따르면 이 소장에 대한 1심재판 선고일은 당초 올해 1월 22일로 지정됐었으나 선고를 나흘 앞둔 1월 18일 검찰은 변론재개를 신청했고, 변호인이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져 공소장 변경이 이뤄졌다.
 
이어 판결 선고 하루 전날인 2월 4일 오후 4시 담당판사실은 검찰이 새로 자료를 제출했다면서 변호인에게 "팩스로 보낼 테니 피고인이 받은 것으로 해 달라"며 68쪽짜리를 팩스로 보냈다.
 
이는 고소인이 쓴 박사논문과 저서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자료였지만 검사가 제출한 이 자료가 유죄판결의 주요한 이유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난 후 지난 19일 '한국은 아직 식민지인가?'라는 제목으로 이를 비판한 경북대 이정우 교수의 칼럼이 경향신문에 게재되자,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이례적으로 반박문을 공시한 것에 대해서도 "현재 쌍방이 항소해 사건이 진행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반박문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공시한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부지법의 반박문은 "김 교수는 저서에서 임나임본부설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판했다"며 "1심 판결은 김 교수가 저서에서 '백제가 야마토 정권의 식민지'라고 주장한 바도 없고, 일본서기를 사실로 믿지 않았으며, 임나일본부설을 명백히 비판했다고 인정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체성시민모임은 이번 성명서에서 김 교수와 이 소장간에 논란이 된 세가지 쟁점과 관련, 김 교수의 문제를 조목조목 밝혔다.
 
◇ '임나일본부의 위치'
 
김 교수는 임나가 한반도 남부에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메이지 이래 한국을 점령하려는 정한론자들의 시각과 같다. 남한의 최재석·윤내현 등의 학자들과 북한의 김석형 등 모두 임나의 위치를 일본 열도 내로 보면서 한반도 남부설을 일축했다. 

◇ '백제와 야마토왜에 대한 시각'
 
김 교수는 임나를 지배한 것은 백제라는 논리로 독자를 호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백제와 야마토왜는 대등한 관계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수사에 불과할 뿐이라며 김씨의 저서 이면을 보면 백제를 야마토왜의 속국이라고 서술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김 교수가 조선총부의 스에마쓰 야스카즈의 학설을 비판했는가' 여부.
 
김 교수는 총론에서는 스에마쓰를 비판하는 척한다. 스에마쓰설을 비판한다는 것은 그의 핵심논리를 비판해야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에서 자신의 속내를 감추기 위해서 여러 기술을 꾸몄지만 그 이면까지 분석해보면 임나가 4-6세기 한반도 남부에 있었고, 이를 백제가 지배했는데, 그 백제는 야마토의 속국이라고 썼고, 또 야먀토에서 온 왜인들이 전라도까지 직접 지배했다고 썼다.

성명서는 이와함께 "이런 식민사학의 이면까지 분석해 비판한 학자가 왜 조선총독부가 아닌 대한민국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고 징역형을 선고받아야 하는가? 판사가 적시한 이 소장의 '범행'은 역사서를 서술했다는 것인데, 언제부터 책을 쓰는 것이 이 나라에서 범죄행위가 되었는가?"라고 탄식했다.  

정체성시민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에 이어 '공개 토론의 장'을 제안하며 '반민족세력에 대한 투쟁'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정체성시민모임은 "이 문제에 대해 앞으로 우리들은 다양한 학문의 공론의 장을 만들 것"이라며 "이 자리에는 김현구씨와 그 견해에 찬성하는 학자들은 물론 김현구씨의 견해에 반대하는 학자들에게도 폭넓게 개방될 것이고, 이 사건에 관여했던 판· 검사들에게도 개방될 것이"이라고 밝혔다. [김인배 기자]

              [학문의 자유와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는 학계원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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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2/25 [13:08]  최종편집: ⓒ 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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