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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획 > 현정수의 수행소설 파라가테
우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릎을 꿇어...
현정수의 수행소설 '파라가테'<21>
"험난하다구요? 경이롭고 안락할 뿐만 아니라 황홀하기도 하더구먼 뭐..."
 
현정수
그새 내려진 원두커피의 향이 진하게 실내를 채웠고 나는 그에게 커피를 한잔 따라주고는 앞자리에 앉았다. 그는 엎드리듯 식탁 위로 상체를 굽혀 내 손을 잡았다. 눈망울이 아이처럼 순진했다. 순간 나는 최종적으로 스승에게서 제자에게 전수된다는 비의(秘意)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제자는 늘 절대 수용의 자세로 스승을 향하는 것이다. 더욱이, 완전하고 완벽한 사랑과 믿음이 필요 되어지는 비의의 전수에는 그래서 이성의 사제지간이 좋다는... 물론 나는 그럴 만한 스승도 못 되었지만 그러한 내게 그는 철저한 어린애로서 그토록 무구하게 삶에 있어서의 참으로 중대한 최 중심적인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그런 것을 어찌 알겠어요. 그리고 당신은 지금 정상이 아니네요 뭐. 그새 나한테 홀려 버린 거라구요. 무조건 뭐든지 훌륭하고 대단하게만 보이는 거라니까요.」

「호오... 당신 여운가? 내가 홀렸다구? 허어... 그럼 재주도 넘을 줄 아오? 내 할머니한테 어려서 들었는데 여우가 재주를 훌따닥 세 번 넘으면 여자로 변한다지요! 아아... 무서워, 무서워... 그래도 그거라도 좋아. 그 비법이라도 가르쳐 줘요. 변신하는 기술. 응?」

「커피나 드세요. 이 손 놓구. 그래야 차를 마시죠...」

「손을 놓았으니 말해줄 거야? 가르쳐줄 거지? 응? 응?」

우리는 소리를 내어 웃었다. 즐거운 한때였다. 그는 진정 어린애로 돌아간 듯 해보였다. 어머니에 대해선 얘기할 수 없었다. 그의 상처가 도지는 게 염려됐기 때문에. 물론 그의 그 상처는 언젠간 반드시 그 스스로 직시하여 딛고 넘어갈 커다란 숙제였다. 그리고 오로지 그것을 통해서 저 언덕(彼岸)에 도달하게 될 유일한 뗏목이었다.

「자, 이젠 준비가 됐어요. 배울 준비가 다 됐다구!」

그는 어린애처럼 보채는 것이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차부터 다 들구요.」그새 맞춤하게 식은 커피를 그는 단숨에 비웠다.

「이리 따라와 보세요.」

나는 거실 중앙으로 그를 이끌어서 어깨 넓이로 양발을 딛고 두 손을 편안하게 늘어뜨려 똑바로 서게 했다.

「눈은 편안히 아래로 내리깔고 그렇게 서있어 보세요. 마치 하늘에서 오는 은총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 아이처럼. 그리고 당신을 대나무 통이라고 생각을 해도 좋아요. 당신의 속이 비워져 있어야 무엇이든 들어갈 틈이 생겨요. 잡념으로 꽉 차있다면 그 어떤 선물도 받을 수가 없어요. 모든 것을 비우고, 그 어떤 것이라도 하늘에서부터 오는 것은 모두 받겠다는 의지로... 몸이 흔들린다면 일부러 참지는 마세요. 어떻게 움직여도 좋아요. 소리가 나오면 소리를 질러도 괜찮구요. 자, 그렇게 이삼십 분 가량 지나면 몸이 움직여질 수도 있어요.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러니 자신한테 어떻게 될 것이라는 암시는 주지 말도록 해요.」

이것은 라티한의 춤이라는 건데 라티한은 신의 예배와 동일하다고 전해지는 정신적인 수련이다. 고대 인도에서부터 쓰여 지던 명상법인 이것은, 자연 혹은 우주 혹은 신에게 자신을 철저하게 내 맡기고 수용적 태도가 되는 훈련법이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믿는 습관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세계에 접하여 살고 있질 않은가. 나는 그가 이 놀라운 세계에 관한 감각적 체험을 하게 되면 명상에 대한 새로운 눈이 떠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가 이것을 지속시켜나가야 할 때가 닥쳤다는 전제에서였다.

그의 속은 이 끔찍한 삶을 당장에 중단하고 싶다는 소용돌이로 들끓어온 지 스무 해는 됐을 것이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살해되던 그 순간부터 그 처절한 상처, 그것을 이 삶의 무엇으로 극복해 넘어왔어야 했던 것인가. 그리고 그는 어찌해서 이 산간으로까지 오게 된 것이었겠으며, 왜 나를 다시 찾아오고 싶었던 것이고 또한 소년을 통해서 왜 그렇게도 기이한 체험을 했었겠는가. 그리고 어찌해서 나에게 그토록 수용적인 자세를 갖게끔 되었겠는가. 나는 진심을 다해 기꺼이 그를 평화 속으로 인도하고 싶었다.

그의 양 팔이 조금씩 흔들리다가 좌우로 15도 정도 올라갔다. 그러다가 다시 내려오고 또 올라가기를 반복하더니 걸어가는 듯이 좌우로 엇갈려서 전후운동을 하였다. 그 다음엔 엉덩이가 앞뒤로 천천히 흔들렸다. 양 팔은 몸통에서부터 15도쯤 위로 올라간 채 엉덩이만을 전후로 흔들다가 다시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한참 후에는 허리를 둥글게 돌리고 있었다. 율동은 그렇게 다소 변형되며 계속될 것 같아보였지만 그의 신체 내부에선 내부대로 다른 움직임이 있을 것이었고, 마음은 경이로움만으로 머릿속은 텅 비워져있을 터였다. 그렇게 나는 그를 한 시간쯤 방치하였다.

「자, 이제 우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릎을 꿇어 두 손을 땅에 짚고 이마를 바닥에 대세요. 그리고 마치 어스를 시키는 것처럼 하늘에서 받은 것을 이마를 통해서 땅으로 돌려주세요. 그런 마음 자세로 하면 돼요.」

그는 시키는 대로 잘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오랫동안 일어나지를 않았다. 나는 그의 옆에 함께 엎드려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울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그가 실컷 울도록 버려두었다. 감사의 눈물이었을 것이고 또한 마음의 상처가 눈물로 화하여 버려지는 것이었을 터이다. 한참을 그렇게 하고나면 새로운 사람이 된 듯 평화롭게 일어날 것이었다.

한참 만에 나는 수건을 가져다가 서로 머리를 마주하여 엎드린 채로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가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을 때는 그 눈망울에 감사함이 크게 일렁대고 있었다. 나와 하늘과 이 존재계의 모든 것에 대한 감사함이었을 것이다. 내가 물었다.

「계속 더 할래요?」

「그냥 이렇게 있고 싶어.」

나는 그의 이마로 흩어진 머릿결을 쓸어 올려주었다. 그가 내 손을 잡아 손등에 경건히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나는 목동을 지키는 천사처럼 그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그가 잠든 사이에 그를 위해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싶었다. 서랍장에서, 여름옷을 해 입으려고 준비해왔던 모시 한 필과 반짇고리를 꺼내왔다. 모시는 많이 필요하진 않았다. 그의 상체, 배만을 가릴 정도면 됐으니까. 마름모를 약간 변형한 모양으로 상하로 좀 길게 하여 마름질을 했다. 그리고 목은 보트 넥으로 파고 암홀은 어깨모양으로 적당히 팠다. 팔을 끼울 소매가 없는 옷이니까. 이것은 옷이라기보다는 배가리개라고 해야 옳다. 그리고 허리는 직선으로 잘랐다. 목만 빼고 테두리를 모두 다 손 박음질로 하여 안팎을 뒤집어서 두 겹을 만들었다. 그리고 목 쪽에 바이어스를 대서 네크라인을 만들고 목 뒤로 돌려질 끈은 양 옆에 붙여 넣었다. 몸통은 원래 한 겹으로 해도 좋을 것이었지만, 목에 바이어스를 대자니 몸통을 한 겹으로 하면 너무 얇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마름모 양 옆으론 등 뒤로 돌려질 끈을 만들어 붙여야 했다. 바이어스 만드는 것과 띠를 만드는 게 꽤 시간이 걸렸다. 뒤집을 한 쪽만을 터놓은 채 꼼꼼히 사방을 바느질을 하고 훌렁 뒤집어서 갖다가 이어 붙여야 하는 것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훌륭한 반쪽짜리 옷이 되었다. 이것은 배만 가리는 옷이었지만 더운 여름날엔 무척 시원하게 걸칠 수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테트론이나 때론 삼베로 만들어서 내게 즐겨 걸쳐주시던 반쪽짜리 옷이었다. 손바느질로 하려니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리곤 다림질을 하여 모양을 냈다. 오늘은 풀까지 먹여서 다릴 수는 없었다. 그가 깨어나기 전에 풀을 쑬 시간도 없을 것 같았다.

아직도 그는 깨어나지 않고 깊은 잠에 들어있었다. 심신이 이완되었던 까닭이리라. 우리 현대인들은 수많은 강박관념에 의해 잠마저도 편히 잘 수 없는 긴장 속에서 그 휴식이 참된 휴식일 수 없는 생활들을 하기가 쉬운데, 명상은 심신 양 쪽을 충분히 이완시켜서 깊은 잠을 부르게 되어있다. 말하자면 심신을 아이 같은 무구한 상태로 돌려놓아 준다고나 할까. 잘 먹고 잘 자고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정신은 창조적 상태로 돌아갈 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정신에서 완고한 고집만 사라지게 할 수 있다면.

그가 깨어나면 시장할 것이었다. 나는 지난 봄 새순만을 따서 갈아놓은 쑥즙 얼린 것을 냉동실에서 꺼내 녹여서 메밀가루와 전분을 섞어 반죽을 해 놓고, 다시마 무우 표고 마른 참죽을 넣어서 육수를 끓여 식혔다. 그리고 양념장과 애호박고명을 만들어놓았다. 조금 후에 쑥 칼국수를 만들 양으로 그쯤 해놓고, 데쳐서 얼려놓은 쑥을 넉넉히 더 꺼내 녹여서 쌀가루로 버무리를 쪄냈다. 이것은 갓 따낸 어린 쑥으로 해야 될 것이었으나 계절이 지났으니 냉동한 것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쑥 반죽을 밀대로 밀어 국수를 만들어 놓았다. 어느새 그가 깨서 팔베개를 한 채 나를 보고 있었다.

「이제 깼어요?」

그는 웃기만 하는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만족하고 느슨한 미소였다. 아이처럼 보채더니 더 이상 필요한 어떤 것도 없는 듯해 보였다. 진실로 그런 것이었다. 사람의 의식이 그 중심에 돌아오게 되면 마음의 방황은 끝이 나는 것이니까. 그런데 보통의 사람이란 그런 의식의 상태를 과연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필경 이내 다시 분답한 마음상태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다.

「쑥 향이 아주 좋아요. 뭐를 만드는 것이오?」

「일어나서 이리와 봐요. 좋은 걸 줄게.」

그는 벌떡 일어나 힘차게 걸어왔다. 나는 그새 다 쪄진 버무리를 아주 조금만 내어주었다. 많이 먹게 되면 입맛을 잃을까 해서였다. 그리고 끓는 물에 썰어놓은 쑥국수를 삶아서 얼음물에 헹궈내고, 차게 식혀놓았던 육수를 부어 애호박 고명을 얹어 양념장을 냈다. 그리고 밑반찬으론 울외장아찌와 버섯조림이었다. 그는 놀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런 걸 어찌 다 만들 줄 아오? 어디서 배웠어? 어려서부터 먹어오던 건가? 당신 집안 음식이 일품이었던 거야, 그렇지?」

나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메밀은 성질이 한해서 몸을 차게 하고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해주는 성질이 있다고 하는데, 날이 더워서 육수를 차게 했으니 너무 냉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했어요. 그래서 쑥 즙으로 반죽을 하고 호박고명을 얹었죠. 의학적 고증은 없는 배합이죠. 그리고 쑥이고 메밀이고 오이며 호박 버섯 모두가 우리의 산야에 있는 것들이니 대수로운 건 하나도 없네요. 음식을 차게 먹었으니 이젠 뜨거운 차나 마시고 산책이나 갈까요?」

「과학적이요. 너무 과학적이야. 내 눈엔 너무 과학적인걸! 하아... 난 당신에게 두루두루 놀라고 있다오. 하아... 참.」

「아직도 저한테 홀린 채 정신이 안 드시는 모양이로군요. 정신 차리셔야죠.」

「싫어요, 난 정신 안 차릴 거야. 이대로가 좋아요. 내 인생 어느 시점 이런 천국이 있으리라곤 예상도 못했었소.」

「당신이 잠든 동안에 내가 이상한 옷을 하나 만들었어요. 그게 좀... 보기엔 그럴 진 몰라도 입으면 시원해요. 한 번 입어보겠어요? 입는다기보단 걸친다고 해야 할 건데...」

그는 몸에다 옷을 걸쳐보더니 막 웃어댔다.

「내가 애기요? 금파, 내가 애기냐니까!」

「그렇지만 날은 덥고 이 산중엔 보는 사람도 없어요. 익숙해지면 그것만 찾게 될 건데요 뭐.」

그는 그 재미난 모시옷을 든 채로 내게 다가와서 정말 감사함이 물씬 배어나올 듯한 긴 포옹을 했다.

「정말 감사하오, 금파.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있는 듯해. 정말 평생을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였소. 내 어머니도 무척 다정하고 아름다운 분이셨다오. 금파 당신처럼...」

그는 힘을 주어 다시 나를 깊이 껴안았다.

그가 그 배옷을 입으니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어차피 그의 등판이야 보게 될 것이었지만 그가 옷을 걸치는 동안 나는 그의 몸을 보지 않기 위해 차를 준비하러 주방으로 향했다.

「이거 봐요, 금파 이게 어떻게... 이걸 묶는 거 맞지? 맞나? 이게 어떻게...」

돌아보니 그는 벗은 윗몸에 그걸 걸치고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한참을 웃어댔다. 귀엽기 짝이 없었다.

「이리와 봐요. 뒤돌아서... 그래 이렇게.」

「아! 무척 시원하고 편안하네! 벗고 살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아. 그렇지 않소?」

나는 살짝 눈을 흘겼다.

「왜 그러시오? 원래 인간이 뭐 첨부터 옷을 입고 살았겠소? 봐요. 애기 때도 벌거벗고 태어나잖아!」

「벗고 사세요, 그럼」

「정말? 벗어도 되오? 정말 벗는다. 이거 봐요.」

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그를 보지 않고 다관을 꺼내었다.

「아하하, 아하하하하... 당신 얼굴에 홍조를 띠니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몰라요. 정말 어여뻐요. 근데 말이오, 아까 말야. 그게 어떻게 된 거야? 왜 내 몸이 그렇게 저절로 움직이게 된 거요? 정말 이상했어. 처음엔 가슴이 두근거리고 겁도 났다오. 하지만 당신이 있으니 하나도 무섭진 않았어요. 당신은 내 어머니 같은 분 아니오? 터무니없는 길로 나를 인도할 당신이 아니라는 믿음이 절대였지. 그래서 나는 마음 놓고 자연에 나를 맡길 수 있었다오. 그걸 좀 설명해 주시오.」

「편했어요?」

「음. 편했지.」

「그럼 된 거예요. 그렇게 계속 해보세요, 나날이. 이왕이면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에서 하는 게 좋아요. 가부좌 하고 오래 있을 수 있어요? 결가부좌는 어려울 테니 반가부좌라도...」

「그건 뭐 익숙해요, 반가부좌는. 늘 앉은뱅이 상에서 공부했으니까. 근데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라면 난 여기서 살아야겠는 걸.」

나는 또 웃었다.

「몸은 어땠었나요? 내부 말예요. 신체 내부에서 어떤 야릇한 기운이 돌아다니는 것 같은 걸 느끼진 않았나요?」

「아! 그랬어요. 이상하게 가슴 위쪽에서 뭔가가 뻐근하게... 움직이기도 하고 뭉쳐있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그게 뭔가요?」

「우주의 기운이라고 느껴도 좋고 작은 우주의 기운이라고 느껴도 좋아요. 작은 우주는 우리 몸을 말하죠. 뭐 신의 손길로 이해해도 좋구요. 그러나 가장 좋은 건 어떤 해석도 하지 않는 게 최상이죠. 실은 우리 몸은 자연으로부터 너무나 오랫동안 그리고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나와서 본디 우리가 갖고 있었던 느긋함과 유연성을 상실했다고 봐야 할 거예요. 기관과 기관들끼리도 철저하고 긴밀한 협조도 잘 못하기가 일쑤죠. 그래서 사람들이 병이 들게도 되는 것이구요. 그 모든 세포와 세포들이 자연성을 향해서 상호 협조해 나가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하세요. 우리를 자연 상태에 돌려놓을 수 있다면 밖의 자연과 안의 자연은 서로 다른 게 아니라서 상호교통을 하면서 우주에 조화롭게 상응하게 될 건데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그런 자연스런 능력을 잃어버렸던 거지요. 그 힘과 능력 그리고 아름다움을 다시 찾아야만 해요. 명상은 그것을 가속시키고 도와주지요. 명상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험난한 길이에요.」

「험난하다구요? 경이롭고 안락할 뿐만 아니라 황홀하기도 하더구먼 뭐...」

「그 과정을 깊이 있게 들어가면 의식의 움직임을 깊고도 면밀히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잠재의식계의 드러나지 않던 욕망이나 상처의 미세한 부분까지도 읽을 수가 있게 돼요. 무척 고통스러운 상태지요. 그건 결국 자기와의 싸움을 일으키게 되니까요. 하지만 명상은 싸움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 과정을 샅샅이 살피고 마주하는 것일 뿐이죠. 그래서 자기가 무엇으로 형성이 되어있나를 바라보고 파악하게 되면서 자기를 이해하게 되는 거지요. 우리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먼저 이해해야 해요. 그 밖의 것에 대한 이해는 그 다음이고 자신을 이해하게 되면 타인에 대한, 세계에 대한 이해가 저절로 열리게 되지요. 그 어떤 악덕마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은 저절로 정화가 되는 것이고 개인이 정화되면 사회가 그리고 세계가 더 나아가서는 우주가 정화되는 것이죠.」

「악덕마저도 이해를 하게 된다구요?」

「네. 악행과 선업은 동전의 앞뒷면일 뿐이라는 것을요.」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금파... 」

「네...」나는 그를 깊이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는 나도 내 아버지를 용서하게도 될까요? 용서할 수 있는 날도 찾아올까요?」

나는 일어나서 그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포근히 감싸 안아주었다.

「물론이에요. 본질적으로, 사람은 사람에게 해를 입힐 수도 없고 해를 입는 수도 없는 거예요. 그것을 이해하게 되는 날이 찾아올 거예요. 이 세상 모든 것은 단지 항상 상태만을 달리하는 것일 뿐이랍니다.」

우리는 쑥 버무리와 함께 차를 마셨다. 차의 향기가 그렇게 부드럽고 그윽할 수가 없었다. 평화로운 한 때였다.

「이게 무슨 차요? 참 깊은 맛이오. 향기도 이렇게 그윽하다니... 온 몸을 가라앉히는 것 같아요. 저절로 숙연해지게 하는 힘이 있네요.」

「아, 이건 고산 오룡이라는 건데 원시림 해발 1000에서 2000미터 사이에 분포되어있대요. 고냉지에서 크는 것이니 차나무 성장이 느릴 수밖에 없고, 그곳은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짙은 연무가 발생하는 곳이라서 카페인 함량이 낮고 당분과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거라고 하더군요. 이거 보세요. 초록색이 살아있죠? 이 잎의 가운데는 푸른색을 띠고 가장자리는 붉은 색을 띠고 있어요. 이게 아마 청색을 띤 걸 보면 거의 녹차 수준으로 낮은 발효를 시켰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청차에 속하는 차에요. 나도 그 꽃은 보지 못했는데 천연적인 꽃향기가 좋대요. 차는 백차 황차 녹차 청차 흑차 화(花)차 등 종류가 다양하지요. 이 차는 복건안계의 철관음(安溪鐵觀音)이라는 고산 오룡차인데 대만의 오룡, 무이산의 암차(暗茶)와 더불어 중국 3대 청차 중의 하나라죠. 맛도 맛이려니와 이 철관음은 향을 중시하는 차이죠. 향은 차를 발효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 장인 기질이 가장 완벽하게 드러나는 대목이 청차 제다법이래요. 가장 낮은 발효부터 완전발효 직전까지 그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정도로써 장인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죠.」

그는 입을 반쯤은 벌린 채 내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나는 지금 그렇게 차에 관해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여인에게 그렇게 훌륭한 차를 얻어 마시고 있는 중이란 말이오? 정말 꿈만 같구려. 어디 다시 한번 잘 음미를 해봐야지. 음... 나는 차에 대해선 문외한일지라도 지금 이 맛과 향은 정말 기막힐 정도라는 것은 느껴요.」

「그래요. 참 훌륭하군요. 이젠 쑥 버무리를 좀 싸가지고 산이나 갈까요? 한 시간쯤 걸어 올라가면 조망이 아주 훌륭한 곳이 있어요. 절벽이죠.」

「한 시간이나요! 산길을요!」

「왜요? 등산 안 해보셨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이렇게 있는 게 좋은 걸.」

「꾀부리지 말고 가자구요. 그리고 내려와서 샤워를 하는 동안에 나는 저녁 준비를 할게요.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올라가 보셔야죠. 그래야 내일 출근에 지장이 없을 거예요.」

「참 세심하기도 하군요. 내 출근까지 챙기다니... 그래도 지금 나는 산엔 가기 싫어요. 그냥 당신한테 이렇게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는 게 좋은 걸.」

「정말 가기 싫어요?」

「응. 난 안갈 테야.」

「그럼 이젠 뭐를 할까요?」

「음... 명상에 대해서 얘기해요. 더 많이 가르쳐줘요. 내가 아까 맛본 기쁨과 경이는 어떻게 말로 다 형용할 수가 없다오. 나는 당신을 믿어요. 그 길은 어떤 역경을 헤치고라도 내가 가야할 길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아마 나처럼 삶에서 그렇게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실로 많진 않을 거예요. 나는 그러한 마음의 짐을 벗어내는 방법을 어디서도 들어본 바가 없었고 배워본 바는 더더욱 없었어요. 명상이란 그저 마인드컨트롤이나 신체단련 정도인 거로만 이해하고 있었지. 왜 많은 사람들이 5분 명상이니 십분 명상이니 그런 말들을 쓰는 건지 오히려 이제 와서야 의문이 생겨요.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목숨을 건 험난한 여정이라고는... 그러나 그렇게 말한다면 누가 그 길을 따라가겠소? 하지만 나는 지금 비로소 당신을 통해서 깊이 이해하게 됐어요. 명상이란 왜 필요한 것인지를.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하고 있어도 나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배우면 무리가 따르겠지요. 성급히 마음을 먹지 마세요. 그리고 이 과정에 월반이란 없어요. 불가에서 돈오돈수(頓悟頓修)라는 말을 쓰는데 어떤 이에게 돈오돈수가 일어났다면 그건 아마도 장구한 세월, 과거 생으로부터 거듭되어진 수행의 업력이 쌓여있던 결과의 끝이었을 거라고 봐요. 그렇게 진화란 더딘 것이죠.」

「그럼 나도 그렇게 장구한 세월을 걸려서야 내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게 된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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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2/21 [10:02]  최종편집: ⓒ 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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