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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
황천우의 三國秘史·上<26> “일이 의외로 쉽게 풀려갈 조짐이 보입니다”
 
황천우
김유신이 압량주 군주로 부임하자 한동안 소강상태에 빠져있던 김춘추 문제가 전면으로 부상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염종과 그를 후원하는 비담이 있었다. 결국 조정 회의에서는 연일 그 문제를 쟁점화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유신이 김춘추를 방문했다. 마침 김춘추가 알천과 필탄과 더불어 머리를 맞대고 숙론하고 있었다.

“처남이 어인일로 오셨습니까?”
 
“자네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네.”

유신이 답을 하고는 알천과 필탄 두 사람에게 머리 숙여 예를 올렸다.

“마침 잘 왔네.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네.”

알천이 자리를 권하자 김춘추 옆에 자리했다.

“일이 의외로 쉽게 풀려갈 조짐이 보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처남!”
 
“우리 세작의 제보가 있었는데 자네가 고구려에서 돌아오고 난 얼마 후에 백제의 사신들이 고구려의 왕과 연개소문을 만났다고 하네.”
 
“그들이 무엇 때문에?”
 
순간 필탄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표면상으로는 새로 보위에 앉은 보장왕을 축하한 자리였지만 내면에서는 두 나라 간에 모종의 협약을 맺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협약이라니?”
 
“당항성을 공격하기로 합의 본 모양입니다.”
 
“당항성을!”

알천이 끼어들었다.

“그렇습니다. 대당 거점인 당항성을 점령하여 우리를 고립시키겠다는 의미입니다.”

“헌데 그게 무슨 상관있다고 춘추공의 일이 쉽게 풀린다는 말인가?”
 
필탄이 다시 말을 잇자 김유신이 김춘추를 바라보았다.

“지금 한가하게 제 매부의 일로 옥신각신할 때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하면?”

“당연히 당항성을 방어하는 일이 우선되어야지요. 그러니 수고스럽겠지만 두 분께서 이 사실을 여주께 고하여 논점이 바뀌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춘추공의 문제를 당항성 방어 문제로 바꾼다, 이 말일세.”

답을 한 알천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그를 입증할만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으면 더 좋겠구먼.”
 
“그 점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정보 제공자를 내일 궁으로 들여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요?”
 
“덕창이라는 중입니다.”
 
“중이라. 중이라도 국경을 함부로 넘나들 수는 없지 않은가?”

“오히려 그 점이 더욱 믿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더욱 믿을만하다니?”
 
“목숨을 걸고 고하는 일이니까요.”

그 말을 새기며 알천과 필탄이 시선을 나누었다.

“그러니 여주로 하여금 매부의 일에서 벗어나 당항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두 분께서 앞장서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결국 장군에게 힘이 쏠리게 되겠구려.”

침울하게 대화만 듣고 있던 김춘추의 표정이 어느새 밝아지고 있었다.


다음날 알천이 김유신으로부터 인계받은 덕창이란 중과 함께 조정으로 향했다. 조금 늦어서 당도하니 이미 조정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순간 알천과 함께 들어서는 덕창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사람은 뉘시오?”
 
평소 불교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쏟던 선덕여왕이 먼저 호기심을 드러냈다.

“전하, 저희가 그동안 소모적인 논쟁을 일삼고 있느라 미처 살피지 못한 심대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을 밝히고자 덕창 스님을 대동했습니다.”

알천의 이야기에 비담과 염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일입니까?”
 
“스님으로 하여금 직접 아뢰도록 하겠습니다.”

알천이 덕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하시지요.”

선덕여왕의 용인이 떨어지자 덕창이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소승의 죄를 먼저 인정하고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승은 포교를 위해 고구려는 물론 백제 땅도 자주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로 가벼운 죄가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저의 말에는 추호의 거짓이 없음을 먼저 믿어주셔야 합니다. 소승이 접한 내용이 신라에게는 중차대한 일이라 여겨 감히 한 말씀 아뢰옵니다.”

덕창이 잠시 사이를 두자 비담과 염종이 헛기침을 했다.

“얼마 전 소승이 평양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공교롭게도 백제의 최고 장군인 성충과 군사인 흥수도 고구려에 입국하였습니다. 그리고 새로 보위에 앉은 보장왕과 실권자인 연개소문을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뭐라!”

어느 한 사람이 아닌 모두의 반응이었다.

“겉으로는 새로 보위에 앉은 왕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로 보였지만 실은 두 나라가 동맹을 맺어 신라를 공격하기로 합의한 자리였습니다.”
 
덕창의 말에 조정안이 일시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신라를 친다 하였소?”

필탄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하옵니다. 두 나라가 동맹을 맺고 신라를 고립시키기 위해 당항성을 점령하기로 굳게 약조하였습니다.”
 
“당항성!”

모두가 당항성이라는 말에 더욱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보시오! 그걸 어떻게 믿을 수 있소?”

염종이 목소리를 높이자 덕창이 고개를 돌리고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소승의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신라 사람 입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나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 했는데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요!”

이번에는 비담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신라를 위해 목숨까지 버릴 각오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이 자리에서 마저 말씀드려도 될는지요?”

덕창이 자신을 데려온 알천을 바라보자 알천이 선덕여왕과 조정대신들의 얼굴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전하, 어찌하오리까?”

“신뢰의 문제가 제기되었으니 사실을 들어보는 게 좋지 않겠소?”

알천의 말에 역시 대신들을 둘러본 선덕여왕이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하면.”

덕창이 말을 하다 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잠시 김춘추에게서 머물렀다.

“춘추 공, 혹시 선도해라는 사람을 알고 계십니까?”

선도해라는 말에 김춘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스님이 어찌 그 사람을 알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 사람을 직접 알지는 못하오나 그와 가까운 인척으로 준설이란 중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고구려에 들어가면 으레 그 사람 신세를 지고는 합니다. 그 사람을 통해서 선도해의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모두의 입에서 절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춘추 공, 어떻소. 신뢰에 대해 여지가 있는 사람이오?”
 
“전하, 외람되오나 선도해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정확하리라 사료됩니다.”

“선도해란 놈이 대체 누구요!”

염종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고구려의 모든 일이 그 사람 머리에서 시작되고 마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전적으로 신뢰해도 된다고 확신합니다.”

“춘추 공은 어찌 그 사람을 알고 있습니까?”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만 제가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던 데도 그 사람의 도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그 사람이 연개소문의 마음을 움직여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꼬치꼬치 캐묻는 여주의 질문에 김춘추가 보일 듯 말 듯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필탄이 심각한 표정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조만간에 침공이 있을 듯합니다.”

덕창이 단호하게 덧붙이자 모두의 얼굴에 근심이 어리기 시작했다.

“경들의 생각을 말해보시오. 지금 실정은 어떠하오. 우리 신라의 힘만으로 고구려와 백제의 연합군을 파할 수 있겠습니까?”

선덕여왕이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전하, 송구하옵니다만 지금 전력으로는 백재만 상대해도 버거운 실정입니다. 그런데 고구려까지 가세한다면......”

필탄이 채 말을 맺지 못했다.

“그러면 이대로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비록 김유신 장군이 새로운 부대를 창설하여 훈련에 매진하고는 있지만 바로 출정하는 일에는 무리가 있을 듯하옵니다.”

알천이 다시 말을 잇자 선덕여왕이 김춘추를 주시했다.

“무슨 방도가 없겠습니까?”
 
“전하, 결국 당나라에 협조를 구하는 도리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을 줄로 아룁니다.”
 
김춘추가 힘없이 말을 받았다.

“참으로 낭패로군요, 낭패!”

“전하, 당나라에 사절을 파견하심이 빠를수록 좋을 듯하옵니다.”
 
필탄이 춘추의 말에 힘을 실었다.

“당나라에 사절을 파견한다면 도대체 누구를 보내야 합니까. 지금 춘추 공은 고구려 사절로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판인데.”

알천이 염종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번 당나라의 사절로는 염종 공이 적격이라고 생각되옵니다. 그동안 압량주 군주로서 적잖이 고생하였으니 이번 일로 공을 세울 기회를 주심이 합당하다 사료되옵니다.”

선덕여왕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염종에게 집중되었다.

“염종 공 생각은 어떠하오?”

“전하의 뜻이라면 소신 신명을 바쳐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소신을 밝힌 염종의 얼굴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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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10/04 [09:53]  최종편집: ⓒ 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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