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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물같이 바람같이 > 조옥구의 한민족과 漢字 비밀
‘있다’라는 말의 뜻
조옥구의 한민족과 漢字 비밀<42> 제3장 어휘로 보는 한자
하늘에서 시작하고 다시 돌아갈 곳도 하늘이라고 여긴 한민족의 사고 담겨
 
조옥구
24) ‘있다’라는 말의 뜻

‘쟁반 위에 사과 3개가 있다’

이런 문장을 대할 경우 우리의 뇌는 경험적으로 ‘쟁반’이라는 물건과 그 안에 놓인 ‘사과’와 그리고 사과의 개수가 ‘셋’이라는 장면을 떠올려서는 이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는데, ‘물건’의 종류와 개수는 그 실체가 있기 때문에 경험과 학습을 통해 비교적 쉽게 저장이 되고 기억해낼 수 있는 것이지만 ‘있다’라는 표현은 쟁반이나 사과와는 달리 실체를 드러내 보이기 어려운 관념에 속하는 명제이기 때문에 실존을 담보할 영향력있는 인식의 주체를 전제로 하나의 개념으로 정착되는 것이 보통이다.

고대의 문자가 왕실귀족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말’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소위 ‘공용어’로 자리 잡게 되는데, 그렇다면 ‘있다’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쓴 주체는 누구이며 이 말의 기원은 무엇일까?

‘있다’라는 말은 ‘쟁반’과 ‘사과’라는 두 가지 사물의 존재 양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요소로, 사전에서는 ‘존재하다’, ‘소유하다’, ‘머무르다’ 등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이런 풀이들은 의미의 접근일 뿐이지 ‘있다’라는 말의 정의라고는 말할 수 없다.

적어도 ‘있다’라는 말을 만든 장본인이라면 ‘있다’라는 말의 구성요소인 ‘ㅇ’, ‘ㅣ’, ‘ㅅ’, ‘ㅅ’을 따라 ‘~ 이다’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원을 살펴보면 ‘있다’라는 말은 ‘잇다’와 음이 같으며 ‘있’은 ‘잇’이 더욱 구체적으로 진행된 상태(ㅅ→ㅆ)를 나타내므로, ‘있다’는 ‘잇다’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으며 ‘잇다’는 어디로부터인가 ‘잇어진(이어진)’ 즉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므로 ‘있는 것’은 ‘어디로부터인가 이어진 것’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있다’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주체들이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 그 실체는 무엇일까?

실체를 알아보기 전에 ‘있다’와 관련하여 영어(英語)의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보기로 하자.

영어에서는 ‘있다’, ‘이다’등을 ‘동사(動詞)’ 가운데서도 특별히 ‘be동사’라고 부른다.

‘this is a pen(이것은 펜이다)’이란 문장에서는 ‘is’가 ‘be동사’이다.

‘be동사’라는 말의 기원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풀이에 맡기기로 하고 여기서는 영어 단어 가운데 ‘실존’을 나타내는 말에 ‘Being’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자 한다.

‘be’동사의 하나인 ‘is’는 우리말 ‘있다’의 ‘있’과 발음도 비슷하거니와 의미 또한 같다.

‘is’가 속해있는 ‘be동사’가 ‘본질’, ‘본성’, ‘존재자’ 등으로 풀이되는 ‘Being’과 관련이 있다면 같은 맥락에서 우리말 ‘있다’의 ‘있’ 역시 ‘궁극적인 실체로부터 이어져 있다’는 의미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be동사’가 ‘Being’을 전제로 만들어진 말이라면 ‘is’ 역시 ‘Being’과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으므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있다’라는 표현은 동일한 바탕에서 기원하였다는 것을 제기할 수 있다.

‘있다’라는 말이 단순히 현상을 표현하는 용어가 아니라 실존에 대한 인식의 표현이라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렇다면 ‘있다’라는 말 속에는 ‘하늘로부터 왔다’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고 바꾸어 말할 수 있는데, 이런 식의 어법은 자기 스스로 ‘하늘에서 온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고는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말은 관념의 표현이며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구상에 자기 스스로를 ‘하늘에서 온 사람’이라고 여긴 주체들은 누구일까?

인류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종족 가운데 그들이 남긴 문화를 통하여 우리는 지구상에 ‘스스로 하늘에서 온 사람’으로 여긴 주체들이 누구인지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구리국의 천자는 치우다’라는 사기(史記)의 기록을 통해서 구리국의 통치자를 ‘천자(天子)’라고 불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자손만대’, ‘자손대대로’ 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용어 자체가 우리 겨레가 하늘 겨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우리 겨레의 상고 역사는 대부분 하늘 백성의 역사이며 우리 한겨레의 철학은 하늘과의 관계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체험한 하늘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있다’라는 말을 만들었으며 그 의미를 몸으로 직접 보여준 장본인들이다.

자기 스스로가 하늘로부터 와서 여기 땅에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있다’라는 말을 자유자재로 썼던 것이다.

개체의 기원을 하늘에 두고 하늘을 존재의 뿌리로 여기는 것은 한겨레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해는 하늘을 대신하는 하늘의 상징으로 여겼다. 해는 하늘의 사자이며 표징이다.

하늘이 매일 매일 이 세상에 신선하고 맑은 해를 보내 삼라만상을 기른다고 생각했다.

고대인의 유적에서 ‘태양’과 관련된 흔적들이 공통으로 발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인들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개체를 하늘로부터 이어진 것이라는 공통된 결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세상에 ‘있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개체는 ‘본질 또는 실체와 이어져 있는 것’이란 뜻이다.

우리의 고대 철학에서 자주 쓰는 용어인 ‘천성(天性)을 타고났다’라는 말은 곧 ‘있다’는 사실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있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살펴보기 위해 익숙한 한자인 ‘有(있을 유)’자를 보기로 하자.

‘有’자는 ‘손’과 ‘月’로 이루어진 글자다.

‘손’이란 우리 인체의 ‘손’을 일컫는 것으로 옛 선인들이 손을 이용하여 혈연관계를 나타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은 단순히 물건을 잡고 움직이는 ‘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천손(天孫)’이라는 말의 경우에서처럼 ‘하늘로부터 이어진 핏줄’을 의미한다.

우주를 하나의 몸으로 볼 때 사람은 ‘우주의 손과 같은 존재’이며 하늘로부터 이어진 존재라는 뜻이다.

‘月’은 ‘달’을 나타내는데 달은 과거 어느 땐가 지구로부터 떨어져나갔다는 기억 때문에 ‘月(달)’은 ‘떨어져나가다’, ‘덜어지다’, ‘달아나다’의 의미를 나타낸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의미가 결합된 ‘有’는 ‘하늘로부터 떨어져나온 것’이 되어 ‘있다’라는 말의 앞에서의 정의와 일맥상통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의 예를 통해서 한겨레의 선조들은 ‘있다’라는 말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립하였으며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아무런 생각없이 쉽게 사용하는 ‘있다’라는 표현은 사실 엄청난 철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말이다.

이런 용어 하나를 만들어내기까지 주체들이 격었을 과정을 음미하는 것은 철학적 사유의 의미도 있겠지만 한겨레의 사고방식을 되돌아보는 것이어서 오히려 철학적인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있다’라는 말을 통해서 한겨레의 사고방식의 근본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한국인의 사고는 하늘로부터 시작하였으며 다시 돌아갈 곳도 하늘이라고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있다’와 ‘없다’는?

‘있다’라는 말은 ‘(하늘로부터)이어있다’라는 뜻이다.

‘있’은 ‘ㅇ’, ‘ㅣ’, ‘ㅅ’, ‘ㅅ’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들 요소의 의미를 살펴보면 전체의 개념이 떠오를 것이다.

‘ㅇ’은 원래 하늘(天)의 변화나 움직임을 나타내는 기호로, 여기서는 ‘움직이는 하늘’의 뜻이다.

‘ㅣ’는 생긴 모양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다’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주로 ‘땅에 내려온 하늘’의 뜻으로 쓰인다.

‘ㅅ’은 생긴 모양처럼 위로 솟아오르거나 땅으로 수그러드는 모양 또는 의미를 나타내며 동시에 하늘과 땅 사이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표시다. ‘생명체’나 ‘살아있다’, ‘생명’ 등에 ‘ㅅ’이 쓰이는 이유다.

여기서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모양, 작용을 나타낸다

‘ㅅ’을 중복함으로써 ‘계속해서 내려온다’ 또는 ‘수없이 내려와 있다’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이들 요소의 의미를 조합하면 ‘하늘이 땅으로 내려오고 또 내려오다’라는 뜻이 되어 앞서 살펴본 ‘있다’라는 의미가 ‘하늘에서 이어져 있다’라는 것과 상통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있다’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유’라는 말도 역시 마찬가지다.

‘유’는 ‘ㅇ’와 ‘ㅠ’로 되어 있는데 ‘ㅇ’는 앞서 말한바와 같이 ‘변화하는 하늘’을 나타내고 ‘ㅠ’는 ‘ㅡ’의 아래로 거듭 흐르는 모양(刂)을 나타낸다.

이것으로 보아 ‘유’로 표현되는 ‘있다’라는 말은 ‘하늘이 내려옴으로써 존재하다’, ‘만유는 하늘이 내려와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의 이런 의미는 ‘流’자를 ‘흐를 유’로 풀이하는 데서도 확인이 된다.

‘없다’라는 말은 의미상 ‘있다’라는 말의 상대어다.

‘없다’라는 말의 ‘없’은 ‘ㅇ’, ‘ㅓ’, ‘ㅂ’, ‘ㅅ’으로 이들 요소를 살펴보면,

‘ㅇ’은 ‘있’의 ‘ㅇ’과 같이 ‘움직이는 하늘’을 나타내는 기호다.

‘ㅓ’는 ‘ㅏ’와 상대되는 모음으로 ‘ㅏ’는 ‘ㅣ’의 우측에 ‘ • ’이 추가되어 ‘땅에 내려온 하늘의 작용’ 즉 ‘생명’, ‘창조’, ‘긍정’, ‘전진’, ‘생산’을 의미하는데 비해 ‘ㅓ’는 ‘ㅣ’의 좌측에 ‘ • ’이 추가되어 ‘ㅏ’와 상대되는 개념을 나타낸다. 여기서는 ‘창조’, ‘발전’, ‘생산’에 반대되는 ‘멈춤’, ‘과거로 후퇴’, ‘물러남’ 등의 뜻으로 쓰인다.

‘ㅂ’은 ‘땅’을 나타내는 기호(ㅁ, ㅂ, ㅍ) 가운데 ‘정신’, ‘마음’을 나타내는 기호로 물체가 정신적인 성향을 띈다는 것을 나타낸다.

‘ㅅ’은 ‘ㅂ’의 반복작용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들 요소간 의미로 본 ‘없’은 ‘하늘에서 내려온(하늘에 이어진) 존재의 몸이 계속해서 정신적인 존재로 변해간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을 이처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있는 것’은 ‘실체에서 기원했다는 것’이며 ‘없는 것’은 다시 ‘근본으로 돌아갔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육체(몸)가 점차 정신(귀신)적인 존재로 변하는 것을 ‘죽음’이라고 하는 것처럼 ‘사물’이 정신적인 존재로 변해가는 것으로 ‘없’을 나타냈다는 것은 이런 말의 기원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논리적인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선문답들이 많이 있다.

“있는 것은 있는 것이요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있는 것은 없는 것이요 없는 것은 있는 것이다.”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던 이런 말들의 의미는 ‘있’과 ‘없’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입장에서 무엇을 말하려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다는 것인지 분별하기조차 어려웠던 이런 말들의 정체는 한겨레의 ‘있’과 ‘없’의 의미를 알아야 비로소 그 진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언어 하나하나가 일목요연한 철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조옥구 한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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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3/05 [09:30]  최종편집: ⓒ 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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