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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보다는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소윤하의 혈침뽑기 대장정/마량리 바다의 혈침<10> 암놈과 숫놈이라 했었다
우리 민족 전반에 막혔던 숨통이 트여 더 강한 힘으로 더 훌륭한 나라 되도록!
 
소윤하
2011년 9월 29일 목요일 비.

▲ 소윤하 일제 쇠말뚝뽑기 운동위원장. 
6시에 기상하니 비가 쏟아져 낙수 물 소리가 요란하다. 간절히 빌었는데 효험이 없다.

오늘 간조 시간이 10시 37분이다. 간조 전부터 작업을 시작할 량으로 무거운 연장가방을 울러 매고 우의를 입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현장인 방파제 너머로 갔다. 그런데 쇠말뚝이 박힌 곳까지 물이 빠지려면 아직 멀었다. 욕심을 내고 무거운 것들을 메고 나왔더니 물이 안 빠졌다.
 
다시 터덜터덜 숙소인 서울민박으로 되돌아 왔다. 약 500m 거리가 천리나 되는 것 같았다. 8시 20분에 서면 면사무소 산업계장이라며 전화가 왔다. 인부 두 사람을 보내는데 언제까지 어디로 가야하냐고 묻는다. 아홉시까지 방파제 안 공터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극진히 했다. 혼자보다는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이제 나이도 칠십 줄에 가까워지니 몸이 예와 다르고 게으름이 달라붙는다. 일은 안 해도 옆에서 말동무만 해 줘도 즐겁다. 그 전화를 받고나니 반갑고 기뻐서 무겁던 다리가 날듯이 가볍다.

가게에 가서 달걀 3개를 사와서 생으로 깨 먹었다. 아침 식사다. 그리고 다시 방파제로 갔다. 비는 잠시 멎었다. 물은 아직 덜 빠졌다. 때마침 면에서 보낸 인부 두 사람도 도착했다.

김종길(서면도둔리583번지)=010-8217-7655씨와 함종길(서면부사리)=041-951-4206씨다.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눈 뒤 서쪽에 박힌 현장으로 갔다. 지난번에 파고들던 곳은 작은 샘과 같이 생겼는데 맑은 물이 하나 가득 차 있다. 준비해간 수건으로 물을 적셔냈다. 속에 든 찌꺼기들은 자루를 기다랗게 묶은 숟가락으로 퍼냈다. 그런 후 정을 대고 망치로 때려서 쇠말뚝 옆의 바위를 깼다.
 
그러면서 두 사람에게 작업하는 요령을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시늉을 했다. 정과 망치 큰 것들은 남기고 짧고 작은 망치와 정을 가지고 동쪽에 박힌 쇠말뚝으로 갔다.

이곳에서 동쪽에 박힌 쇠말뚝으로 가는 길이 험하다. 울퉁불퉁한 바위와 중간 중간에는 뻘이 있다. 뻘을 밟으면 발이 푹 빠진다. 조심조심해서 가야한다. 거리는 약 7-80m다. 그리고 직선으로는 갈 수 없다. 군데군데 물이 고인 웅덩이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발견되어 신고 된 고리 형은 서쪽에 박혀있고, 그곳에서 동쪽으로 약 7-80미터 지점에 바위에서 약 20센티 정도 솟아 오른 1자형 말뚝이 있다.

서쪽은 고리 형이고 동쪽은 1자형이다. 김관석 씨는 암놈과 수놈이라고 했었다.

1자 형 이놈은 박힐 때는 직경 3센티 정도로 굵은 놈이었던 것으로 추정이 된다. 그런데 지금은 직경 2센티 남짓하다. 오랜 세월에 부식된 두꺼운 껍질을 벗겨서 가늘어 졌다.

그러다보니 망치로 함부로 때려볼 수도 없다. 때리다가 불어지면 원형도 없어질뿐더러 분질러져서 속에 박힌 놈을 뽑아내기가 힘 든다. 조심조심해서 옆의 바위를 깨면서 파고 들어갔다. 그런데 이곳의 석질이 이상하다. 표피는 일반 바위와 같은데 깨다보니 속에 주먹 크기의 하얀 차돌들이 박혀있다. 이 차돌들을 캐내다보니 뚫고 들어가는 곳이 넓어 졌다. 아이들의 머리가 들어 갈만하도록 파였다. 구멍을 최소화해 뚫고 쇠말뚝을 뽑아내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쇠가 부식되면 붉은 녹이 나와야 하는데 이 쇠말뚝의 산화철은 검다. 아주 새까맣다. 이 쇠는 붉은 녹이 나오는 쇠가 아니라 검은 녹이 나오는 쇠다. 무슨 쇠일까? 비는 쏟아지다가 가랑비로 변하기를 반복했다. 허리를 펼 여유가 없다. 오직 쇠말뚝 주변의 바위를 깨고 바닷물이 다시 들어오기 전에 말뚝을 뽑아내야 한다는 일념뿐이다. 일심으로 망치질을 하고 있는데 김종길 씨가 검은 비닐봉지에 뭔가를 넣어서 더듬거리며 다가오면서 소리친다.
 
그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바닷물이 발밑으로 밀고 들어온다. 재빨리 연장 보따리를 챙겨서 뛰어 나왔다. 물이 들어오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시계를 보니 12시다. 약 세 시간 작업한 것이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이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점심시간이라서 같이 가서 점심을 먹자고 했지만 어딘가에서 전어축제 행사를 하는데 그리로 가야 한다며 사양했다. 그러면 내일 다시보자하고 헤어졌다.

이 사람들을 보낸 면장과 산업계장이나 작업에 열중한 두 사람 모두가 고맙기만 하다.

2011년 9월 30일 금요일 맑음.

5시 55분 기상. 창밖은 아직 캄캄하다. 한 여름철에는 이 시간이 되면 日出이 가까워서 날이 훤히 밝아지는데 秋分이 지난 오늘은 캄캄하다. 추분이 9월 23일이었다. 추분전에는 낮 물이 많이 안 빠진다. 앞으로 春分까지는 낮 물이 많이 빠진다. 이것은 사람의 재간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의 변화기준이다.
 
여성생리가 28일이 기준이 되는 것은 바닷물 때와 같다고 한다. 물때는 순 음력기준이다. 자연의 순환을 훼방하기 위하여 박은 일제혈침이다. 이것을 뽑으므로 자연의 흐름이 순연할 수 있도록 원상회복을 시키는 일이다. 우리 민족 전반에 막혔었던 숨통이 트여 더 강한 힘으로 더 훌륭한 나라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일은 우리가 우리를 위하여 하는 일이다. 일제를 원망만 하는 차원이 아니다.

9시에 방파제로 나가니 면사무소에서 지원하는 인부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물도 멀리까지 나가기는 했지만 말뚝이 박힌 바위로 진입 할 수는 없었다. 쇠말뚝이 박힌 바위 꼭대기는 나타났지만 그 바위로 올라서려면 물이 더 빠져야 했다. 더듬거리며 쇠말뚝이 박혀있는 곳으로 접근하려고 시도했지만 바위 사이사이에 넘실거리는 물을 건너 뛸 수가 없었다. 방파제에서 80 여 미터나 바다 쪽으로 나가야 한다. 물이 80여 미터나 물러나야 된다. 수심은 약 5미터가 빠져야 작업을 할 수 있다.

약 30분가량 기다리니 겨우 건널 수 있었다. 때마침 함종길 씨가 나타났다. 혼자다.

함종길 씨는 몸이 안 좋아서 차속에서 쉬고 있단다. 서쪽에 박힌 쇠말뚝으로 갔다. 파고들던 구멍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준비해 간 국자를 이용하여 물을 퍼냈다. 그리고 쇠말뚝의 길이를 자로 재보니 40센티가 조금 넘게 바위를 팠다. 아직 최소한 20센티는 더 파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함 씨에게 어제와 같이 작업하도록 이르고 나는 동쪽으로 갔다.

동쪽 것은 차돌이 바위 속에 섞여있어서 작업의 진도가 늦었다. 정 끝이 차돌을 깨기란 대단히 힘이 들었다. 그래서 차돌을 피해서 그 옆을 파면 차돌이 빠져 나온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뚫고 드는 구멍은 점점 넓어졌다. 그래도 오늘은 비가 오지 않으니 어제보다는 작업하기가 훨씬 좋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서쪽에서 작업하던 사람들이 고함 소리가 났다.

「뽑았어요!」

일어서서 바라보니 두 사람이 쇠말뚝을 높이 치켜들고 뭔가 소리치는데 바람에 날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다. 생각 밖에 빨리 뽑혔다. 동쪽 것도 잣대로 재보니 55센티다.

바닷물이 벌써 밀려들기 시작한다. 현재까지 판 깊이는 30cm. 쇠 길이 55cm.

서둘러서 파던 구멍을 정리했다. 갖고 갔었던 수건을 밑바닥에 깔고 그 위에는 차돌과 좀 큰 돌로 구멍을 메웠다. 왜냐하면 다음 달 27일부터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그동안 파도에 쓸러가거나 기타 어떤 상황에 공들어 판 쇠말뚝이 파도에 쓸러 가기라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뒷정리를 한 후 현장을 떠났다. 그리고 서쪽으로 가보니 진짜 끝까지 뽑혔다. 처음에는 혹시 중간에 부러진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었는데 끝을 보니 완전히 뽑혔다.

▲ 2011년 9월 30일 마량리 바닷물 속에서 뽑은 고리형. 65cmⅹ2.2cm. 고리가 불어졌었던 것을 용접으로 붙였다. 끈으로 묶어서 때리니 소리가 청아하다.

 
길이 50cm 불어진 부분 +15cm=65cm. 굵기 2.2cm.

방파제로 나와서 바위에 앉아 담배한대씩 피워 물며 물어보았다.

「수고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뽑은 뒤 느낌이 어떻습니까?」

「뭔가는 모르지만 시원합니다. 큰 보람 같은 것이 느껴지네요.」

「작업을 해 보시니 이것이 과연 일본 사람들이 박은 것이라고 느껴집디까?」

「그르믄요. 틀림없이 일본 사람들이 박은 것이지요.」

「어떤 면이 그렇게 보입니까?」

「첫째는 수심이 5미터나 되는 물속에 이런 쇠말뚝을 박아서 쓸 사람이 아무도 없고요, 둘째로는 바위가 속으로 들어 갈수록 깡 바위였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것은 꼭 뽑아버려야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옛날에 저 방파제를 쌓기 전에 어부들이 배를 묶으려고 박았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두 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건 말도 안 돼요. 우리는 모두 이곳에서 나고 자랐어요. 방파제가 생기기 전에는 배를 마량리 동네 앞으로 댔어요. 그리고 바닥이 저렇게 울퉁불퉁한 데에 배를 묶었다가 배가 다 깨져버려요. 또 물속 몇 메타나 되는 곳에 쇠말뚝을 박아서 배를 묶었다는 소리는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그러면 두 분은 이 쇠말뚝이 일본 사람들이 박은 것이라고 확신을 합니까?」

「예. 그럼요. 우리들은 이 작업한 것에 큰 보람을 느껴요. 그리고 저기 저 산 위에도 왜놈들이 쇠말뚝을 박았다는 소리를 들었어요.」김종길 씨의 말이다.

「아니 바로 여위의 산 말입니까?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동네사람들이 그랬어요.」

「그러면 쇠말뚝이 박힌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으면 이번에 찾아 뽑읍시다.」

「예. 알아 볼 께요.」

「오늘 수고 많았습니다. 어디 가서 점심이나 함께 합시다. 그리고 나는 다음 달 10월 26일 내려와서 27일 아침부터 동쪽에 박힌 놈을 마저 뽑을 겁니다. 그때도 도와주시겠습니까?」

「연락만 주시면 함께 하겠습니다. 그리고 식사는 저희들이 대접하고 싶은데 지금 전어축제 하는 곳에 가서 또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죄송합니다.」

순박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오늘 한 개를 뽑았다. 두 사람과 헤어진 후 숙소인 서울민박에 와서 물건들을 챙겨서 1시 반 버스로 서천읍내로 나왔다.

뉴스서천의 유승길 국장을 만나 맡겨 뒀던 불어진 고리를 회수해 왔다.

다음달 27일 아침 물때부터 작업하고 나머지 모두 뽑고, 뽑아낸 구멍을 메워 원상복구를 마친 뒤 正安祈願祭를 올릴 예정이라고 유승길 국장에게 알려 주고 헤어졌다. [소윤하 일제 쇠말뚝뽑기운동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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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2/13 [10:27]  최종편집: ⓒ 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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