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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물같이 바람같이 > 이용범의 한국陶瓷 탐험
장자가 말한 "물고기의 즐거움"과 더불어...
이용범의 한국陶瓷 탐험<5> 분청사기철화어문병에 대한 소고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로 분청사기나 백자 달항아리를 꼽는 이유는?
 
이용범
▲ 백자 달항아리(일본 오사카 동양도자박물관 소장).
흔히들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로 분청사기(粉靑沙器)나 백자(白瓷) 달항아리를 꼽는다.

일반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도자기가 청자(靑瓷)임에도 불구하고, 분청사기나 백자달항아리가 가장 한국적인 도자기로 꼽히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현상이랄수 있다.

이는 靑瓷가 세련된 멋과 귀족풍의 취향으로 인해 다소 거리감을 주는데 비해, 분청사기나 백자의 경우 담백하고 소박하여 친근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도자기를 공부하면서 가장 매력을 느끼는 도자기 중의 하나가 소위 계룡산(鷄龍山) 분청으로 불리워지는 철화(鐵畵) 분청사기류이다.

철화 분청사기는 문양을 대담하게 생략하고 재구성하여 간결하게 회화적으로 특성을 강조하여 표현한 것이 특징으로, 붓을 재빨리 놀려 그렸으므로 싱싱하고 활달한 맛이 난다.

특히 계룡산 철화분청은 간결하면서도 활달한 선이 일품이며, 그중에서도 물고기 그림(魚紋)들은 참으로 호방하고 시원스럽다. 

▲ 분청사기철화어문병(호암미술관 소장).
▲ 분청사기철화어문병(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도자기의 여백을 강과 호수삼고 바다삼아 유유자적하면서 노니는 물고기들의 여유로움에 부러움마저 느끼게 된다.

과감한 생략과 간결한 선으로 물고기의 특징을 잘 표현하면서도 해학적으로 그려진 이 물고기들을 보노라면 장자(莊子)가 말한 ‘물고기의 즐거움’이 떠올라 웃음짓게 된다.

철화로 그려진 이 여유만만한 물고기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너희들이 참으로 나의 즐거움을 아느냐며 오히려 장자와 혜자의 논쟁을 비웃는 듯 하다.

이 녀석들의 너그럽고 능청스럽기까지 한 표정을 즐기는 맛은, 요즘 집안에 대형 어항을 들여놓고 다양한 이국(異國)의 물고기들을 감상하는 맛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멋과 여
유가 있다.

<참고> 莊子秋水篇
장자가 혜자와 함께 호수(濠水)에 있는 다리 위에서 놀고 있었다. 이때 장자가 말하기를, "물고기가 조용히 노닐고 있군.. 이것이야말로 저 고기의 즐거움이네"하자, 헤자가 말하기를,
"자네가 물고기도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하였다.


이에 장자가 말하기를, "그렇다면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으로 아는가"하자, 혜자가 말하기를, "본디 나는 자네를 모르네, 마찬가지로 자네도 본디 물고기가 아니네. 그러니 자네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은 확실하네" 하였다.
 
이에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면 그 근본으로 올라가 보세. 자네가 내게 '자네가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겠는가'라고 말한 것은 이미 내가 그것을 안다고 여겨 물은 것이네. 나는 지금 이 호수의 다리 위에서 저 호수 밑의 물고기와 일체가 되어 마음속으로 통해서 그 즐거움을 알고 있는 것이 되네."

이 철화어문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공(陶工)의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손맛과 붓질이 느껴진다.

간단한 붓질로 그려진 이 물고기들을 보노라면 고려 청자(靑瓷)에서 보여지는 치밀한 작업도 아니고 조선 관요백자에서 보여지는 전문 화원의 품격높은 그림은 아니나, 달관의 경지
에 다다른 도공의 농익은 손맛이 느껴진다.

미리 위 아래 선으로 화폭의 크기를 정해놓고도 이를 못본척 큼직한 녀석을 그려 은근슬쩍 경계를 넘나드는가하면(그림 2참고), 친구녀석들이랑 천렵가서 본 풍경을 재미있게 그려놓
고(그림 4 참고) 친구들을 불러모아 이 주병으로 술을 따르며 얘기꽃을 피웠을 장면들은 상상만해도 즐겁다.

▲ 분청사기 철화연지조어문장군(일본 오사카 동양도자박물관 소장).
특히 연지조어문장군(그림 2)의 경우 잡아 가는 새보다 물고기가 더욱 큰데다, 잡혀가는
물고기 녀석이 마치 새를 동무삼아 하늘에서 세상구경을 하려는듯 너무나 당당하고 여유로워보여 이를 그린 도공의 넉넉한 마음씀씀이가 느껴진다.

혹시 이 도공은 새와 물고기를 그리면서, 친구녀석들과 훗날 이를 감상하는 후손들이 느낄 충격과 혼돈을 생각하면서, 혼자 낄낄댔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자기의 멋과 맛은 보고 느끼는 것으로 이를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진품(眞品)은 아니지만 현재 이를 재현한 분청 작품 몇점을 가까이 두고 즐기고 있는데, 옛 선비들이 도자기를 가까이한 뜻을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을 것 같다.

이 겨울에 도자기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장자(莊子)가 말한 물고기의 즐거움을 느껴보기를 권하며… [이용범 한국상고사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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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6/30 [09:48]  최종편집: ⓒ 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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