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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물같이 바람같이 > 이용범의 한국陶瓷 탐험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의 진정한 가치
이용범의 한국陶瓷 탐험<3> 한국도자 특징 개관(4-3)
평범하면서도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무애자재(无涯自在)한 삶 …
 
이용범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國寶68호 매병이 박사과정급의 치열한 구도 정진의 경지를 상징한다면, 덕수·이화·대구 매병은 달관의 경지를 상징하고 있다.

우리 도자는, 그리고 이를 만든 도공과 이러한 도자를 사용했던 우리 선조들은, 國寶68호 매병이 보여주는 치열한 정진과 엄격한 계율의 세계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덕수․이화․대구 매병이 보여주는 넉넉함과 걸림없는 세계를 추구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미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실패작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대구 매병이야말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세상 속에 묻혀 사는 졸박(拙朴)한 삶을 추구했던 우리선조들의 정신세계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작품으로,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國寶68호 매병의 엄격성과 절제미 그리고 긴장감은, 왠지 무섭고 거리감마저 느껴져, 추상같은 스승의 모습이나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 혹은 철저한 계율을 지키는 수행자의 모습이 연상되는 반면, 대구 매병은 마치 할머님의품처럼 편안하고 푸근하다.

너무나 친근한 형태와 하늘보다는 흙을 닮은 색상, 약간의 형태적 이지러짐마저 너무나 자연스럽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를 보는듯한, 아니 세상의 온갖 풍상을 다 겪은 이 땅의 할머니들의 달관과 푸근함이 느껴진다. 마구 달려가 안기고 응석을 부려도 다 받아줄 것 같은 푸근함이 있다.

▲ 경주 남산의 감실 할머님

석굴암 부처님과 더불어 신라불상을 대표하는 경주 남산의 감실 할머님(부처골감실여래좌상 佛谷龕室如來坐像, 보물198호)을 도자기로 표현한다면 바로 대구 매병이 될 것이다.
이러한 달관과 열림, 그리고 무조건적인 사랑과 포용이 바로 우리 할머님의 모습인 것이다.

세월의 풍상을 견뎌낸 늘그막의 어느 도공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는 과정에서, 철없던 시절에 할머님의 자애롭던 사랑의 손길을 그리워하면서, 할머님의 그 자애로운 마음이 바로 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는 자리임을 깨닫고, 감사와 그리움을 담아 만든 작품일 것이라며 …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철없던 응석부지에 대한 어른들의 기대와 사랑, 젊은 시절의 방황과 회한, 그리고 처절한 삶과의 투쟁과 닦음, 그리고 이제 지난날을 돌아보며 느끼는 회환과 감사 그리움 깨달음 등이 모두 녹아들어가 있는 것이다.

國寶68호 매병이 엄격한 정진과 계율의 삶을 상징한다면, 덕수·이화·대구 매병은 우리 삶의 궁극적 지향점이 평범한 일상속에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즉 일상의 삶이 바로 닦음의 터전이고 이것이 인간이 걸어가야 할 길(道)임을 보여주고 있다.
 
평범하면서도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무애자재(无涯自在)한 삶 … [이용범 한국상고사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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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6/09 [09:39]  최종편집: ⓒ 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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