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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획 > 세종대왕 통곡하다
"천박한 디자인 서울의 우울한 자화상"
기획시리즈 '세종대왕 지하에서 통곡하다'<1> 김명신 교수 특별 기고
"한도로에 두명의 주인? 서울시는 우리의 자랑을 이렇게 밖에 표현 못하나"
 
김명신
 
올해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세종로 한 복판에 세종대왕 동상이 들어섰다. 조선왕조 500년 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평가받는 세종대왕을 기리는 뜻이 담긴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세종대왕상의 건립 안팎을 들여다보면 그 뜻이 무색할 만큼 심각한 문제들이 발견된다. 이에 <환타임스>는 '세종대왕 지하에서 통곡하다'는 주제의 기획시리즈를 통해 이들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    2009년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세종로에 '세종대왕상'이 들어섰다. © 환타임스

조선의 건국을 주도했던 명재상 삼봉 정도전은 한양천도가 이루어진후 <시경(詩經)> '주아(周雅)'에 나오는 “기취이주 기포이덕 군자만년 개이경복(旣醉以酒 旣飽以德 君子萬年 介爾景福)”의 글귀를 인용하여 경복궁의 호칭을 정하였다. 직역하면 “이미 술에 취하고 이미 덕에 배부르니 군자만년 그대의 큰 복을 도우리라”라는 뜻으로, 왕과 그 자손, 온 백성들이 태평성대의 큰 복을 누리기를 축원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인지 나라백성이 춤추고 노래하며 태평성대를 누리기 염원하던 큰 뜻으로 지은 경복궁 앞 광화문 거리에는 대대로 나라의 큰 행사가 있으면 군중의 모임으로 가득하다. 수년전 2002년 세계의 젊은 축구영웅들이 한반도에서 흥겨운 축제와 더불어 열광의 경기가 펼쳐졌을 때도 우리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하나가 되어 세계 4강의 기쁨을 경복궁 앞 도로, ‘세종로’에서 누리고 즐겼다.

이 곳 세종로에 조선 500년 역사 중 가장 지혜롭고 가장 훌륭한 업적을 남기신 세종대왕이 민족의 자랑인 한글을 창제한 날에 맞추어 모습을 드러내셨다.

그런데 몇 백년만에 또다시 민족의 혼을 깨워주려고 오신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주인 아닌 주인이 버티고 계셨다. 무관(武官)으로서 장군으로서 민족의 역사적 운명을 바꾸어 놓으신 성웅 이순신장군이 세종로에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려고 하신걸까? 준엄한 표정으로 큰 칼을 옆에 차고 버티고 계신다.

한 도로에 두 영웅이 만났다. 다 같이 민족의 위대한 업적을 남기신 세계에 자랑하는 우리의 영웅이다. 이 영웅을 맞이한 그 기쁨이 흥겨워야 되는데 어찌된 일인지 슬퍼지기 시작한다.

▲   '세종대왕상'의 눈앞을 가로막는 '이순신 장군상'의 뒷모습  © 환타임스
세종로에 주인이 돌아오셨는데 왜 슬퍼질까? 우매한 서양의 시각을 탓해야 하나? 아님 그들 영웅담을 전설로 만들려는 속셈인가? 자고로 한 도로에 두 명의 주인을 세우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제 와서 세종로라 세종대왕이 주인이라고 세종대왕의 상을 세운다면, 이순신 동상은 충무로로 옮겨가야 하는가?

40여년전인 1968년 4월 27일 국가의 심장부로 통하는 광화문 네거리에 민족의 성웅,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울 때는 아무 이유가 없었단 말인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세종로와 태평로가 뻥 뚫려 있어 남쪽 일본의 기운이 너무 강하게 들어오게 된다. 이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던 당시 풍수지리학자들의 주장이 배경이 되어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이 가장 무서워할 인물의 동상을 세우라”는 지시에 따라 이순신 장군상이 세워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모든 역사적 의미와 문화적 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도 없이 도로이름에 따라 도로의 주인을 가볍게 새로 세우는 서울시의 몰상식이 안타깝다. 이렇게 문화재에 대한 기본 배경과 이해없이, 새로운 건물과 건축물을 우후죽순 격으로 세우는 것이 어디 한 둘인가. 역사와 문화를 담은 문화재의 가치는 지금 막 조성한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왕 동상 건립에 들인 거액보다도 훨씬 높은 것이다. 
 
새로운 도로의 주인이 앉은 앞을 가로막으며 임금의 면전에 불경스럽게 등을 돌리고 서있는 이순신 장군의 모양새가 안타깝다. 세계에 자랑하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영웅이자, 문화재를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드는 지금의 현실이 슬퍼진다.

더욱이 임금은 그 앉은 자리가 임금다워야 한다. 그 옛날 임금이 광화문 육조거리에 나섰을 때 만 백성은 오늘날과 같은 무례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세종대왕이 앉은 뒤로 무서운 속도로 차량이 질주하고 앞에는 어찌할 바 몰라 멀거니 남산만 쳐다보고 계신 장군님, 그 사이에 오늘도 우리는 힘찬 물줄기를 노리개 삼아 웃고 즐긴다. 외국인의 시야에 펼쳐진 우스꽝스러운 광경이다.

▲김명신 교수 © 서라벌대학
새롭게 도시를 디자인하고 문화재를 조성할 때는, 기존에 세워진 조상이 우리 문화재에 남기신 의미와 그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의미에 맞는 배치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집안의 제기도 함부로 모시지 않는 법인데, 민족의 영웅상을 모시는 방법에 대해서는 더더욱 심사숙고해야 한다.

오늘도 주인이 둘이 된 세종로에, 애꿎게 마주한 두 분 영웅의 탄식만 넘쳐나고 있다. [김명신 서라벌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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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1/02 [09:30]  최종편집: ⓒ 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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