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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획 > 황천우의 연재소설 `매화와 달`
서서히 준비하다
황천우의 연재소설 '매화와 달'<55> “시대가 어떻게 변화한다는...”
 
황천우
설준 스님을 보내드리고 설잠이 중이 되고자 머리를 깎았던 중흥사를 찾았다. 자신의 삶의 기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 아울러 당분간 그곳에 머물면서 설준 스님과의 약속을 이행하고자 했다. 그동안 자신이 겪은 많은 경험과 그 과정에서 찾아내어 정립한 이론들을 후세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함이었다.

설잠이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특히 홍유손과 김일손을 대동하고 남효온이 자주 설잠을 찾았다. 물론 항상 술을 가지고 설잠을 찾았고 넷은 시간 가는지 모르고 대화를 이어가고는 했다.

비록 술을 가지고 설잠을 찾았으나 시작은 항상 차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날도 그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추강, 근자에 들어 혈색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 무슨 일이 있소?”

설잠이 갈수록 쇠약해지는 남효온이 걱정스러워 화두를 건강으로 잡았다.

“선배님 말씀대로 저도 조만간 사(死)로 돌아가 귀신이 되려는가 봅니다.”

남효온이 씁쓰레한 표정으로 말을 받자 설잠이 가만히 나무관세음을 읊조렸다.

“물론 그를 탓할 수는 없으나 너무 이른 것도 자연에 역행하는 일이지요, 특히 추강의 경우는 말입니다.”

“너무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설잠이 가만히 남효온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왜 그러시옵니까, 스님.”

“추강의 경우는 여기 있는 누구보다 오래 살아 남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듯해서 말이오.”

“저의 역할이라 하심은.”

“이 시대의 물줄기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이 이야기입니다.”

“시대의 물줄기요?”

김일손이 끼어들었다.

“그래, 그 부분에서는 김 군도 한몫해야지.”
 
“시대가 어떻게 변화한다는 말씀이신지요.”

“가령 이 조선의 일만을 놓고 보자 이거야. 지금 조선이 창업을 하고 많은 평지풍파를 겪고 서서히 반석에 오르면서 새로운 변화, 아니 애초에 시도했던 의도를 완성하려 할 것이라 이 말이네.”

“그러면 정상이 아니온지요.”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지.”

“그 말씀은 무엇을 의미하시는지요.”

“내 보기에 정상이라기보다도 한쪽으로 치우치는 듯하이.”

“하오면.”

설잠이 대답 대신 홍유손을 바라보았다.

“홍군 기가 한 곳으로 쏠리면 어떻게 되는 게지.”

홍유손 역시 대답에 앞서 남효온을 바라보자 자연스럽게 김일손의 시선도 추강을 향했다.

“왜 나는 보는 거요?”

“지금 추강의 상태가 그리 보이기에 그렀습니다.”“그게 무슨 소리요?”“기가 온몸에 골고루 퍼지지 않아 몸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지요.”“그 말은 맞네만.”

“바로 국가의 일도 그러하다 이 말입니다.”

“어떻게요?”

김일손의 질문이었다. 설잠은 가만히 곁에서 미소를 머금으며 대화를 듣고 있었다.

“가령 이런 경우야. 여기 계신 설잠 스승님의 스승님이신 설준 스님 그리고 많은 불자들이 박해를 당하고 있지 않은가.”“그 문제가 무슨......”

“그 시작이 어디서 출발했느냐 이 말이지.”

“그야 고려.......”

답을 하던 김일손이 말을 마치지 않고 잠시 생각하는 듯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선배님은 한쪽으로 너무 지나치면 득보다는 실이 된다는 말씀이시지요.”

홍유손이 답을 하지 않고 설잠을 바라보았다. 설잠으로 하여금 결론을 내려달라는 눈치였다.

“김 군!”

“예, 스승님.”

“정치가 무엇인가?”

“조정의 대신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서 임금을 잘 모시고 국가를 잘 다스리는 일이 아닌지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러나 그 본질에 충실해야 할 일이야.”

“본질이라 하심은.”“임금이며 대신들이 어떻게, 왜 존재하느냐는 이야기지.”

“가르침을 주십시오, 스님."

“임금이나 대신들은 백성들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그러하옵니다.”“그러면 임금과 백성간의 관계의 본질은 무엇일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설잠이 김일손에게 가만히 미소를 보내자 곁에 있던 남효온 그리고 홍유손도 한창 피가 끓어오르는 김일손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임금이 왕위에 올라 부리는 것은 백성들이지. 그러니 백성들의 마음 즉 민심과 함께하여야한다는 이야기야.”

“그렇게 되지 않으면요.”

“그거야 당연한 일 아니겠나. 민심이 임금에게 함께해야 만세토록 군주가 될 수 있으나, 민심이 떠나서 흩어지면 하루 저녁도 기다리지 못해서 필부가 되고 말지.”

“그러니까, 백성과 임금은 바로 한 몸이라는 말씀이시지요.”

“물론 이 자연도 마찬가지고요.”

홍유손이 끼어들었다.

“그러네, 이 세상의 모든 이치가 마찬가지야.”“하오면 스승님,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하는지요.”

설잠이 남효온과 홍유손에게 주의 깊게 들으라는 듯이 시선을 보냈다.

“이 조선이 건국이념으로 삼은 유교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야 사람으로서의 행동에 관한 지침서라고 해야겠지요. 군주는 군주로서, 신하는 신하로서 그리고 백성은 백성으로서 말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지금 유교의 정신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가?”

김일손이 차마 답을 하지 못했다.

“이야기인즉 유교는 그저 이론에 불과하다 이 말씀 아닙니까?”

남효온이 대답했다.

“그렇지요, 그런데 자기성찰 즉 깨달음이 없는 이론이 영속적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이행될 수 있겠소.”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오면 스승님은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물론 김일손의 질문이었다.

“아무리 좋은 이론이라도 깨달음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이라는 이야기야. 아무 쓸모도 없는 겉치레, 즉 종이쪼가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지.”

“그러니까 스승님의 말씀은 불교와 유교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지요.”

“그뿐만이 아닐세.”

“하오면.”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자 이 이야기지. 불교는 고려의 국교 아니었던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조선에서는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건국이념으로 채택하지 않았는가.”

“그건 그렇지요.”

“그 관계를 생각해보게.”

김일손이 설잠의 이야기대로 그를 생각하는지 눈동자를 반짝이고 있었다.

“선배님, 그럼 불교와 유교가 따로 놀 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신지요.”남효온의 이야기였다.

“그렇지요. 불교와 유교만을 놓고 본다면 둘은 별개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깁니다.”

“그러니까 스승님의 말씀은 그 둘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도교가 함께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지요.”

홍유손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바로 그 말이네. 불이던 유던 현실에서 통치이념과 결부되어지게 됨으로 도교의 무위자연사상이 생기게 되는 거지. 즉 티끌만한 사심도 저버려야한다는 이야기야. 그래서 인간 본성과 현실의 불교와 유교의 속성에 도교의 개념을 보태면 좀 더 평온한 세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이지.”

설잠이 잠시 말을 멈추고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현실에 있어 이들의 어느 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고 보면, 결국은 이 우주에 만물이 존재함을 귀히 여기고 그들을 선하게 대하는 마음이 늘 같이해야 한다는 말일세.”

“그러니까 스승님은 유교, 불교, 도교가 치우침 없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야 이 세상이 원활하게 흘러간다는 가르침이네요.”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김일손의 얼굴이 밝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설잠이 답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찻잔을 비웠다.

“그 비결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아시는가?”

전혀 예기치 못한 질문이었는지 김일손 그리고 남효온, 홍유손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흡사 그들의 의심을 무시한다는 듯이 설잠이 빈 찻잔에 차를 따르기 시작했다. 김일손이 설잠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며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바라보았다.

“스승님, 혹시 이 차와.......”

설잠이 대답 대신 모두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혹여 다도(茶道)라고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 차가 셋을 아우르는 도(道)일세.”

“도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물론 김일손의 반응이었다.

“그래, 김 군은 차를 마실 때의 마음가짐이 어떠한가?”

김일손이 대답 이전에 그 상황을 그린다는 듯이 생각에 잠겼다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 말씀대로입니다. 차를 마실 때면 이상하리만치 모든 격정과 분노가 사라지고 평상심을 유지하게 되고 차를 마심으로써 자연과 혼연일체를 이루는 느낌이 일어나고.....”

“그러니 그게 뭔가.”

“바로 차를 마심으로써 삼라만상을 아우른다는 말씀이신지요.”

홍유손의 답이었다.

“글쎄. 다스린다는 말은 어폐가 있는 표현이 아닐까. 그저 삼라만상에 함께 한다고 해야 옳은 표현 같은데.”

“스승님 말씀이 지당하옵니다.”

답을 하는 김일손의 얼굴 표정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역시 김 군이 예사 인물은 아니네. 벌써 다도를 득하고 말이야.”

“스승님께서 워낙 쉽게 이해 시켜주시니 그럴 수밖에요.”

“그런가?”

마치 김일손의 답에 반문이라도 하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러시는지요.”

“그러니까, 오래전 일이야.”

오래전이라는 말에 모두의 귀가 설잠에게 쏠리고 있었다.

“경주에 터를 잡고 있을 때 어떻게 소식을 들었는지 일본에서 준초라는 선승이 통역하는 사람을 대동하고 찾아와서 다도를 배워간 적이 있지.”

“일본에서요? 그곳에는 차가 없는지요.”

홍유손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차가 없는 것이 아니라 지금 김 군이 이야기한 것처럼 너무 사치스럽게 차 문화가 형성되어 일반 서민들이 받아들이기 힘이 들었던 거야.”

“그래서 다도의 본질을 스승님께 배우러 온 것이네요. 지금처럼 이해가 쉽도록 말입니다.”

“허 허,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자랑이 되어버렸구먼. 여하튼 이제 다도는 잠시 접어두고 주도에 빠져들어 보세.”

“지당한 말씀입니다.”

남효온 역시 표정을 밝게 하고 답을 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저만치에 있던 선행이 술과 안주를 가지고 다가왔다. 김일손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상을 받았다.

“그런데 스님은 왜 따로 떨어져 있습니까. 함께 자리하시지 않으시고.”

“그런 소리 말게. 저 놈이 그래도 귀는 열려 있어 들을 것은 다 듣고 있어.”

선행의 얼굴위로 가벼운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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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0/18 [09:33]  최종편집: ⓒ 환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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